ADVERTISEMENT

팀 버튼이 반한 수요일의 아이, 전 세계를 홀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지난달 23일 공개 후 흥행 중인 넷플릭스 ‘웬즈데이’의 주인공 웬즈데이는 만사에 냉소적이지만 속은 정의로운 소녀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달 23일 공개 후 흥행 중인 넷플릭스 ‘웬즈데이’의 주인공 웬즈데이는 만사에 냉소적이지만 속은 정의로운 소녀다. [사진 넷플릭스]

‘수요일의 울적한 아이’가 세계를 홀렸다. 특유의 어둡고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팀 버튼이 처음 연출한 드라마 ‘웬즈데이(Wednesday)’ 이야기다. 지난달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시리즈 ‘웬즈데이’는 공개 나흘 만에 누적 3억4123만 시청시간을 달성하며,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개 2주차(11월 28일~12월 4일) 집계에서도 4억1129만 시청시간으로 글로벌 1위를 지켰고, 한국에서도 OTT 통합 랭킹 1위(키노라이츠 기준)에 이틀(1~2일) 연속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팀 버튼의 연출 소식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웬즈데이’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은 가족 캐릭터 ‘아담스 패밀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아담스 패밀리는 1938년 뉴요커에 실린 신문 만화에 처음 등장했는데, 겉으로 보기엔 기괴하고 음울하지만 속은 정의롭고 따뜻하다. 이런 매력으로 인기를 끌며 TV 시트콤,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등으로 여러 차례 재해석됐다. 그간의 작품들이 아담스 부부를 주축으로 했다면, ‘웬즈데이’는 장녀 웬즈데이의 10대 시절 이야기를 동화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담아냈다.

낯설고 기괴한 ‘팀 버튼표’ 스타일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울적하다(Wednesday’s child is full of woe)’라는 영미권 유명 자장가 구절에서 따왔다는 이름대로, 세상만사에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가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동생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영장에 피라냐를 푸는 기행을 벌인 웬즈데이는 5년간 여덟 번이나 전학 다닌 괴짜이자 아웃사이더다.

그런 웬즈데이가 새로 전한 간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세이렌, 고르곤 등 ‘별종’이라 불리는 소외된 이들이 모인 기숙학교. 부모님이 25년 전 졸업한 학교이기도 한 이곳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사건을 해결할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 직감한 웬즈데이는 부모님까지 얽힌 이 사건의 깊고 오랜 진실에 한발 한발 힘겹게 다가선다.

팀 버튼

팀 버튼

팀 버튼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1~4회는 직접 연출한 만큼, 그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색채가 듬뿍 묻은 화면이 가장 큰 볼거리다. ‘색깔에 알레르기가 있다’며 검은색 옷만 고집하는 웬즈데이의 의상들은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품 전체에 어두운 색조를 드리운다.

고딕 양식의 네버모어 아카데미 건물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못지않게 마법적 상상력을 자극하다. 또 잘린 손 모양의 조력자 캐릭터 ‘씽(Thing)’, 식인 난초, 살아 움직이는 그림 등 낯설고 기괴한 환상적 요소들이 독특한 세계관을 만든다. 팀 버튼은 이야기 속 주요 빌런인 괴물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했다. 음악감독 대니 엘프만, 의상 디자이너 콜린 앳우드 등 그와 여러 작품을 함께했던 조력자들이 ‘팀 버튼 표’ 스타일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잔혹하고 기괴한 외피 속에 따뜻한 감성을 숨겨뒀다는 게 가장 ‘팀 버튼스러운’ 지점이다. 팀 버튼은 ‘가위손’(1991), ‘빅 피쉬’(2004) 등 대표작에서 이른바 ‘비정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왔다. ‘웬즈데이’에서도 ‘별종’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주요 갈등 소재다. 타인의 감정에 무신경하던 웬즈데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깨고 점차 밖으로 나온다. 이런 점에서 하이틴 성장 드라마로서의 매력도 느껴진다.

주연 맡은 제나 오르테가 스타덤

1991년작 ‘아담스 패밀리’ 실사영화 연출을 거절했던 팀 버튼은 ‘웬즈데이’ 연출에 나선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웬즈데이 캐릭터에 끌렸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 똑같기 때문에 그 세계관을 탐구해보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참석한 한 행사에서 “웬즈데이는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아웃사이더인데, 나 역시 청소년 시절부터 줄곧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업은 내게 깊이 와 닿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웬즈데이를 연기한 멕시코계 미국 배우 제나 오르테가(20)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2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그는 2016년부터 디즈니 시트콤 ‘중간 딸은 힘들어’의 주연을 맡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너의 모든 것’(2019), ‘예스 데이!’(2021) 등 넷플릭스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웬즈데이’ 공개 후 하루에 약 100만 명씩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어, 작품 공개 전 900만 명대에서 2317만명(7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팀 버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제나 오르테가에 대해 “마치 무성영화 배우 같다. 눈으로 감정 표현을 한다”며 “매우 훌륭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호평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