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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가족 배곯아서” 탈북자 고향 송금 10배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정은

김정은

함경북도 온성 출신인 탈북자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곤 한다. A씨는 “지난 10월 말 부모님과 통화했는데 상황이 너무 힘들고 주변에 죽는 사람들도 계속 나온다는 얘길 들었다”며 “부모님께서는 매달 20만원을 보내면 충분하다고 하셨지만 이번엔 200만원을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한반도 최북단에 위치한 온성은 북·중 접경도시다. 이곳 주민들은 상당수가 밀무역으로 유입된 식량과 물자를 장마당에서 거래하면서 생계를 꾸려 왔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장마당을 폐쇄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산비탈에 일궈 놓은 밭도 지난여름 폭우에 씻겨 내려가면서 식량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이 최근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는 지난 9월 갱신한 ‘국제 식량안보 평가 2022-32’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121만t 규모의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북한 인구를 2590만 명으로 추정해 연간 약 600만t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121만t은 필요 식량의 20%에 해당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지난 5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봄 가뭄과 이어진 호우 여파로 올해 작황과 식량 상황 악화가 예상돼 양곡 징수를 독려하며 물량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북한 내 6개 지역에서 벼 직파 기술을 보급했던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교 교수는 “한국도 올해 일조량 부족으로 곡물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북한은 비료 부족은 물론 병해충 피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보다 생산량 감소 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부장은 “현재 북한 내 쌀·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은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라면서도 “겨울을 지나 춘궁기가 다가오면 올해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분석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장마당 운영이 제한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생활하던 북한 내 중류층의 경제 여건도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일한 동국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북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북제재, 무역 축소로 북한 당국의 투자 재원이 부족한 것도 식량·비료 수입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달 18일 시험발사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북한은 올해 역대 최대로 많은 탄도미사일 63발을 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18일 시험발사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북한은 올해 역대 최대로 많은 탄도미사일 63발을 쐈다. [연합뉴스]

북한 식량 사정을 방증하는 또 다른 지표는 북한 경제 상황이다. 북한 경제는 최근 5년 동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에 발표한 ‘2021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1조4095억원으로, 전년(31조4269억원) 대비 0.1% 감소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집권 첫해인 2012년(33조8123억원)보다 쪼그라든 수치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대북 경제제재와 북한의 적응력’ 보고서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현재의 대북제재 체제를 완성했다”며 “이 기간 북한의 GDP 규모는 약 12% 감소했고 광업과 중화학공업은 각각 51%, 30% 축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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