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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매각·회사채 발행·희망퇴직…증권사 자금 마련에 분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회사채 발행에 자회사 매각, 희망퇴직까지. 증권사가 자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돈맥경화'를 겪는 중소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자본금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도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이다. 내년도 업황 부진이 예상되자 일단 선제적으로 둑을 쌓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14일 총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 조사를 한 뒤 모집도 마쳤다. 자본시장에 따르면 만기는 2년(500억원)과 3년(500억원), 금리는 5.5%대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큰 규모의 발행은 아니다"며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말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채권 업계에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는 메리츠증권도 회사채 발행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채권 매니저는 “지난 6일 SKT 회사채 수요 예측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판단한 증권사도 때에 맞춰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형 증권사는 자금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60% 늘린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회사채(AAA·DGB금융지주 지급 보증) 1800억원를 발행할 계획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최근 이를 3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수요예측 때 54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발행 제한선이 3600억원으로 높아진 영향이다. 모회사인 DGB금융지주(AAA)의 지급보증으로 신용도를 높인 것(A+→AAA)이 흥행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는 만기 1년(연 5.802), 2년(5.851%), 3년(5.827%)이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DGB금융지주가 지급 보증을 해주는 3000억원까지만 증액해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며 "확보한 자금 중 2000억원은 이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을 상환하고, 1000억원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알토란 같은 자회사들을 시장에 내놨다. 다올투자증권은 다올태국법인에 이어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에도 나섰다. 다올투자증권이 보유한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를 2000억원 이상에 팔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는 삼일PwC로, 인수 후보자 의사 타진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며 코스닥 시장에서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전날보다 8.94% 오른 3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다올투자증권은 전날보다 14.24% 오른 3770원에 출발했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2.73% 하락한 321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본 확보와 함께 몸집 줄이기에도 돌입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들 회사가 자본 마련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것은 PF 발 부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조치들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내년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8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 비율(브릿지론+PF)이 각각 86%와 85%로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보다 높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말 분양시장의 '최대어'인 둔촌주공 청약마저 부진하면 다른 부동산 PF 시장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경색이 이어지면 내년도에 '돈맥경화'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증권사들이 속속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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