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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2단계 차출론'까지 등장…친윤계·정진석 맞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차기 국민의힘 대표로 세워야 한다는 ‘한동훈 차출설’을 놓고 여권 전체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이미 일부 친윤계가 특정 주자를 차기 대표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 장관 차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여권 내 세력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계 차출론'이 여당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은 11월 28일 오전 한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계 차출론'이 여당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은 11월 28일 오전 한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일부 당권 주자 이름을 일일이 거론한 뒤 “(기존 주자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된 논쟁은 7일 더 증폭됐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공개된 일간지 인터뷰에서 “새 대표는 수도권 선거를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MZ세대와 공감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새로운 인물’이어야 하니 한 장관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것 아닐까”라고 발언했다.

친윤계는 곧바로 반발했다. 이날 오전 친윤계 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한 장관 차출론을 막는 데 주력했다. 장제원 의원은 “그런 얘기를 자꾸 하니까 일 잘하고 있는 한 장관 차출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장 의원은 당 투톱인 정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심판을 보실 분이 기준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할 예정인 권성동 의원도 “(차출론은) 아주 극히 일부에서 하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재차 반박에 나섰다. 그는 장 의원의 비판에 대해 “총선 승리를 위해 MZ세대와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말”이라며 “특정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론인데, 그게 왜 심판으로서 해선 안 될 말이냐”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동훈 차출설’을 둘러싼 친윤계와 여당 지도부의 미묘한 입장 차이는 한 장관 역할론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전날 한 장관 관련 기사가 쏟아지자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 장관에게 주어진 숙제가 산더미”라며 “왜 여당에서 자꾸 분위기를 띄워 논란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한 장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차출론) 왜 자꾸 이런 말이 나오느냐"고 답답함을 표했다고 한다. 한동훈 차출설이 윤 대통령 의중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의 첫 번째 모임이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권성동(왼쪽), 장제원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의 첫 번째 모임이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권성동(왼쪽), 장제원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 장관이 전당대회 출마 조건인 ‘책임당원’이 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책임당원이 되려면 최소 3개월 간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야 하는데, 지금 곧바로 사퇴하더라도 내년 3월초에나 책임당원이 된다. 한 장관을 차출하려면 전당대회 일정까지 뒤로 미루는 대규모 공사가 뒤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여권 핵심부와 친윤계 사이에선 ‘한동훈 2단계 차출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단계 격인 전당대회는 한 장관이 아니라 기존 친윤 주자가 나서고, 2024년 4월 총선에선 한 장관이 출마해 총선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당내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 입장에서는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대표보다는 총선부터 도전해 차근차근 체급을 키우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은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서 영입을 해서 당의 총선에 도움을 달라고 할 여지가 많다”며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해서 총선 때 움직여야 되느냐, 이런 생각보다는 길게 봐도 충분히 가능한 분”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전 취재진과 만나 "저는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일 해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 장관이 10월 11일 동대문구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하는 모습. 중앙포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전 취재진과 만나 "저는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일 해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 장관이 10월 11일 동대문구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하는 모습. 중앙포토

논란의 한복판에 선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전 취재진과 만나 입을 열었다. 한 장관은 “저는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일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계에서 당 대표 제안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그 누구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답했다. 전당대회가 아닌 총선 출마 생각이 있냐는 물음엔 “아까 충분히 말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충실히 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수사 받을 가능성에 대해 “검찰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송금 특검 얘기를 꺼냈다. 한 장관은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며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관여한 것이 드러나면 유감스럽지만 책임을 지셔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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