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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중국 진출한 한국 기업, 철수가 답인가?

중앙일보

입력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시진핑 정부는 발 빠르게 향후 5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 1인에게 집중되며 강력해진 권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견(異見)을 용납하지 않는 마오(毛) 시대의 독재적 이념화된 국가로 회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탈동조화(Decoupling) 및 블록화가 진행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국가적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20차 당 대회가 끝나면 대도시의 봉쇄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완화의 수준은 일부분에 그치고 더디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인천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은 같은 기간 대비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여객 감소는 99%에 달해 인적교류의 단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또한 중국 대도시의 전면적인 봉쇄 조치와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장기간 강제 격리 조치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거의 방치된 수준이거나 철수를 심각하게 검토하는 기업들이 많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좀 나은 편이지만, 현지에 몇몇 직원만 파견해 공장을 운영 중인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은 한둘이 아니다.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 또는 통폐합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자영업자들은 이미 대부분 철수했고 현지에서 버티던 사람 중 상당수도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시장이 넓고 커 포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에 치우친 시장을 다변화한다고 유럽이나 동남아 시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들 지역에 중국을 대체할 만한 거대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교역액의 2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면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미·중 경제 전쟁의 격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해 서방세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건 매력적인 거대 소비 시장과 함께 중국의 국내 정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미래를 낙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중(反中) 감정에 치우쳐 가까이 있는 중국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우리는 중국과 수천 년간 교류한 경험을 가진 중국을 잘 아는 나라다. 국가 간의 일은 이해(利害)관계가 전부다. 중국을 잘못 이해(理解)해서 손해를 보거나 치욕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현재 반중 정서가 넘쳐난다. 여과 없이 쏟아내는 감정의 표출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물론 한국인들이 반중 감정을 가지게 된 데에는 중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는 동북공정,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내정간섭과 경제 보복 행위,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중국의 지원 등으로 한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80%를 넘어섰다. 한중 관계가 새로운 전환기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중국 사회가 코로나로 인해 경직되고 이념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이때를, 중국을 배우고 연구하는 기회로 삼는 전향적이고 진취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중국에서의 철수는 간단한 판단으로 가능하지만, 오히려 중국에서 끝까지 버티면서 생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대비책을 연구하는 게 미래에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국가 간에는 상호 존중과 공동이익이 선행돼야 건전한 발전을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기업인들의 수월한 한·중 간 이동권 보장 협정인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를 신속하게 재개하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 제도가 대기업에만 혜택이 가는 제도인 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최근 중국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8일로 단축하고, 유전자 증폭(PCR) 검사 횟수를 줄이는 등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에 앉아서 중국 상황을 판단하기보다, 장기간 격리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중국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중국과 세계의 변화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대중국 무역적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날 것은 명백해 보인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치명적인 위험이다. 중국에 진출해서 지난 20~30년간 온갖 경험과 학습을 한 우리 기업들은 철수나 중국 사업 포기 같은 극단적인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기업에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영자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20차 당 대회에서 중국이 경제발전의 기본 목표와 방향을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으로 정하고 산업의 첨단화를 제시하며 정치국 위원으로는 의료, 핵, 우주, 환경, IT 등 전문가를 등용해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것에 비하여 우리는 국가적 비전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중국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중국의 양안 관계가 경색돼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가고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이 상시화되고 있어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하면 한미동맹을 맺고 있는 우리는 원하지 않더라도 미·중 무력 충돌의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부로부터 위협이나 불안정을 강요당하는 열악한 환경은 우리를 항상 깨워 있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사람들은 위에는 하늘, 아래에는 땅이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역(周易)은 "땅은 위에 있고, 하늘은 아래에 있는 것이 좋다”고 가르친다. 하늘과 땅이 거꾸로 돼 있으면, 서로의 위치가 불안정해 쉽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현대 철학자 런지위(任繼愈)는 ‘중국철학사’에서 ‘역경(易經)’을 인용해 “사물은 변화 발전해야 미래가 있어 길(吉) 하고, 정체되거나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어 흉(凶)하다”라고 설명했다.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정체된 상황보다, 위태하지만 변화하는 것이 길(吉) 하다.

한중간의 변화와 갈등과 치열한 경쟁 환경은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이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철수가 아니라 오히려 중국 전문가를 초빙하고 연구하며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글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더차이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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