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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자료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3명…기소 2년만에 1심 선고

중앙일보

입력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8일 열린다.

지난 7월 12일 대전지법 316호 법정에서 월성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신진호 기자

지난 7월 12일 대전지법 316호 법정에서 월성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신진호 기자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법 제11형사부(박헌행 부장판사)는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A씨(54)와 B씨(52), C씨(46)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8일 오후 2시 열 예정이다. 2020년 12월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지 2년 만이다.

한밤중 사무실 들어가 감사원 제출 자료 삭제

국장급 공무원인 A씨와 과장급인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에 대해 삭제를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기관인 C씨는 2019년 12월 2일(월요일) 오전 감사원과 면담 일정이 잡히자 하루 전인 1일(일요일) 오후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두 시간 동안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감사원과 검찰에서 “(당시 과장이) 주말에 자료를 삭제하는 게 좋겠다고 지시해 급한 마음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C씨가 자료를 삭제한 다음 날 감사원은 산업부를 방문, 관련 PC를 가져갔다.

이들 공무원 3명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각종 보고서를 작성, 이를 청와대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에게 보고한 실무진이었다. 검찰은 2019년 11월 초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산업부 공무원들을 구속한 뒤 월성 원전 운영과 폐쇄에 직접 연관된 한수원 임직원도 불러 조사했다.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이른바 ‘윗선’ 지시와 관여가 있었는지가 핵심 조사내용이었다.

지난 6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왼쪽 둘째)이 재판을 마친 뒤 변호인들과 함께 법정을 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6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왼쪽 둘째)이 재판을 마친 뒤 변호인들과 함께 법정을 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년간 공판에서 검찰과 감사원 실무진, 산업부 공무원,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용전자기록 손상죄는 공무원이 작성한 문서를 위작하는 행위로 징역 10년 이하 처벌을 받는다. 감사원법 위반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 2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 "원전 불법 가동중단 발각 우려한 범죄"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업무 실무자인 이들이 백운규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지시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을 불법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한 게 발각될 것을 우려해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자료들은 감사원이 월성 원전 즉시 가동 중단의 위법성을 살피기 위해 반드시 확보하려던 문건”이라며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공모한 뒤 자료를 삭제, 감사원 직무감찰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19일 월성 1호기 조기 페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4부가 세종시 소재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19일 월성 1호기 조기 페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4부가 세종시 소재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1

반면 A씨 등의 변호인은 최종 변론에서 “삭제한 자료 중 완성본은 44건에 불과하고 이들 문서는 산업부 서버에 남아 있는 만큼 원본 파기가 아니다”라며 “이미 일부 자료만 (감사원에 제출하기로 결정된 상황이었고 불필요한 자료만 삭제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장관,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재판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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