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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마른 섬에 나타난 '기적의 배'…바닷물로 400명 식수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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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6일 오후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이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6일 오후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이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6일 전남 완도군 완도항 제 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는 길이 70.9m, 너비 24m의 대형 선박 한 척이 떠 있었다. 바닷물을 끌어와 염분이 없는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다. 완도군은 살수차와 철부선을 이용해 해수담수화 선박에서 물을 가져와 3일부터 가뭄을 겪고 있는 소안도에 공급하고 있다. 오전 8시와 오후 1시 하루 두 차례 15t 살수차 4대를 실은 철부선이 해수담수화 선박을 찾는다.

지난 6일 오후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이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6일 오후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이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철부선과 선박이 고정 작업을 마치자 살수차 운전자들이 일제히 차에서 내려 선박에서 건넨 호스를 받아 물탱크에 연결했다. 호스를 연결했다는 사인을 보내자 선박 관계자들은 펌프를 작동시켜 물을 옮기기 시작했다. 고정 작업부터 철부선이 해수담수화 선박을 떠나는 시간은 약 50분이 걸렸다.

선박이 계류 중인 해상에서 물을 공급하는 소안도까지 운반하는 시간은 편도 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왕복 시간과 물을 받는 시간까지 합쳐 한 번 운반하는 데만 5시간이 걸린다. 한 차례 운반하는 물의 양은 60t으로 하루 120t을 운반하는 데 10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120t은 하루 400명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다.

세계최초 해수담수화 선박…가뭄에 긴급 투입됐지만

지난 6일 오후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에서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6일 오후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에서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드림즈호는 환경부가 올해 2월 진수한 세계 최초의 자항식(자체 동력으로 항행) 해수담수화 선박이다. 자체 설비를 통해 여과와 역삼투압 과정 등을 거쳐 바닷물을 담수로 만든다. 하루 60~70㎞의 해상을 이동하면서 물이 부족한 해안이나 섬 지역에 공급할 수 있다. 당초 내년부터 가뭄이 심각한 지역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올겨울 소안도를 포함해 최악의 가뭄을 겪는 섬들이 많아지자 긴급하게 투입 시점을 앞당겼다.

하지만, 실제 가뭄 현장에 처음 투입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무엇보다 배가 워낙 커서 소안도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철부선을 이용한 물 운송 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선박은 매일 300t의 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시간이 부족해 모두 운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해수담수화 선박 선장은 “소안도 인근 해상에는 양식장이 많아 이렇게 큰 선박이 계류하기 어렵다”며 “충분한 수심도 확보돼야 하는 이유 등으로 현재 완도항 인근에 계류 중이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가뭄에 고통받는 섬 주민들 “머리도 못 감아”

전남 완도군 소안면 미라제 저수지가 겨울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완도군 소안면 미라제 저수지가 겨울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드림즈호가 물을 공급하는 소안도는 유례없이 계속되는 가뭄에 최악의 식수난을 겪고 있다. 섬 주민 2200여 명의 식수원인 미라제 저수지의 저수율은 4% 수준까지 떨어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드림즈호에서 가져온 담수를 비롯해 외부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금처럼 가뭄이 계속되면 소안도에 있는 19개 김 공장도 가동이 어려워 주민들의 생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제왕 소안도 월항리 이장은 “대야에 물을 받아 놨다가 아껴서 쓰고 있는데 며칠 동안 머리도 못 감고 마음대로 씻지도 못한다”며 “해수담수화 선박이 하루빨리 섬에 정박해 더 많은 물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완도군 소안면 주민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급수가 제한되면서 대야에 물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완도군 소안면 주민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급수가 제한되면서 대야에 물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가뭄 등 기후재난 대응에 활용”

환경부는 해수담수화 선박이 아직은 실험 단계라 공급량도 적고 여러 시행착오가 있지만, 앞으로 가뭄 등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재난 상황 대응을 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선박 제작에 참여한 이상호 국민대 교수는 “해수담수화는 돈이 많이 들지만, 소안도처럼 상수도 시설이 없는 섬에서 육지로부터 생수를 공급받는 것보다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물을 공급하는 수단으로도 해수담수화 선박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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