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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CEO 투톱에, 45세 사장까지 나왔다…"여풍 더 세질 것"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는 5일 이영희(58)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했다. 비오너가 출신으로 삼성 그룹내 첫 여성 사장이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5일 이영희(58)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했다. 비오너가 출신으로 삼성 그룹내 첫 여성 사장이다. 연합뉴스

단단하던 대기업의 유리천장이 한층 얇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끝으로 4대 그룹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첫 여성 사장 내지 최고경영자(CEO) 탄생 소식이 들려왔다. 오너가가 아닌 사장급 여성 전문경영인 등장과 함께 여성 임원 비율도 늘어나며 앞으로 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질지 주목된다.

재계 4대 그룹 중 ‘여성 CEO’ 신호탄은 가장 보수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LG가 쏘아 올렸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4일 이정애(59)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동시에 신임 CEO로 내정했다. LG그룹 광고 지주회사인 지투알의 박애리(55)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EO 자리에 올라 ‘여성 CEO 투톱’을 이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이영희(58)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을 선임하며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여성 사장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지금까지 삼성에서 여성 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경영인뿐이었다. 이에 앞서 SK 계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안정은(47) 대표이사가, CJ그룹 올리브영에서 이선정(45) 대표이사가 각각 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비(非)오너가 출신으로 실력으로 리더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다. 1986년 LG그룹 공채로 입사했던 이정애 사장을 빼고는 모두 경력 출신인 것도 공통점이다. 이영희 사장은 유니레버, 박애리 부사장은 대우자동차, 안정은 대표는 야후코리아, 이선정 대표는 한국미니스톱에 입사해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출신이 어떻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성과 제일주의’를 보여준 것이다.

이정애 LG생건 사장(왼쪽), 박애리 지투알 부사장

이정애 LG생건 사장(왼쪽), 박애리 지투알 부사장

여성 CEO들의 탄생 배경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국내 기업의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이 다양성 경영 측면에서 여성 임원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신임 여성 임원 6명을 선임하면서 여성 임원 수가 총 64명이 됐다. 4년 전 29명에 비해 두 배 이상이 됐다. 삼성전자도 6일 9명의 여성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올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 수는 총 65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CEO는 1.7%(11명)에 불과했다. 10년 전(1.0%)과 비교해 0.7%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임원 수도 마찬가지다.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가 올 상반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상장사 매출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을 집계한 결과 총 403명으로 전체 임원(7175명)의 5.6%에 불과했다. 연말 인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봐도 저조한 수치다.

안정은 11번가 CEO. 사진 11번가 제공

안정은 11번가 CEO. 사진 11번가 제공

실제로 국내 4대 그룹 기업 중 현대차그룹엔 여성 사장이 없다. 여성 CEO가 배출된 분야도 유통이나 뷰티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강세 분야인 것도 공통점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9개국 중 1위(지난해 기준)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남성에 비해 저소득, 저연차 직군에 몰려 있는 구조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두꺼운 층을 형성해야 더 많은 여성 리더가 배출될 것이라 조언한다. 조인숙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견 간부 이상의 직책에 여성들이 많이 포진해서 주요 업무를 맡아 성과를 내야 사장까지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학번의 여성들은 공부하던 분야도 제한적이었기에 진출한 분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졸업한 세대들이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만큼 앞으로 한국 기업에서 여성 사장들이 더 많이 나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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