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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통’ 금리가 곧 8%…직장인 고금리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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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회사원 이모(41)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의 만기 연장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지난해 말 연 3%대였던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연 6.9%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전셋집을 옮기면서 마이너스통장에서 1억원 상당을 빚내 전세보증금에 보탰다. 당시엔 신용점수 950점이 넘는 고신용자라 금리가 7% 수준까지 오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이씨는 “이번에 마이너스통장을 연장하면 이자 부담이 연간 300만원대에서 690만원으로 늘어난다”며 “장기 투자했던 펀드를 깨서라도 마이너스통장부터 갚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비상금 통장’으로 불리는 마이너스통장(이하 마통) 금리가 크게 뛰면서 회사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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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마통 금리(평균치)는 5일 기준 연 6.75~7.63%로 나타났다. 신용점수 900점 이상(신용등급 1등급)인 고신용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다. 일부 은행에선 신용 1등급 차주의 최고금리는 이미 연 7% 중반을 넘어 8% 선에 다다르기도 했다. 금리 상승 속도도 빠르다. 4대 시중은행의 금리 상단(연 7.63%)은 연초(연 4.06~4.89%)와 견줘 11개월여 만에 최대 3.57%포인트나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 6~7%도 그나마 고신용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라며 “(은행) 내부 신용등급으로 5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의 금리는 연 10%에 이른다”고 말했다.

마통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요구불계좌)에 대출 한도를 약정한 뒤 차주(대출자)가 필요할 때마다 돈을 빌리고, 갚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일반 신용대출보다 0.5%포인트 내외의 가산금리가 더 붙는다. 그럼에도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대출과 상환이 손쉽다는 장점 때문에 마통을 비상금 통장, 비자금 계좌로 활용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윤모(46)씨도 마이너스통장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아내 몰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주식에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윤씨는 “2500만원을 빚내서 카카오와 네이버 등 종목에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반토막났다”며 “주식을 팔아 빚을 갚을 수도 없는데 대출금리까지 뛰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금리가 뛰면서 대출 부담이 커지자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내년 대출금리를 최저 4%대로 낮추고 한도를 5억원으로 확대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마통 금리 더 오를 듯…전문가 “자금 있으면 빚부터 상환해야” 

특례 보금자리론은 지금의 안심전환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을 통합한 대출 상품이다. 이 상품은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 주며 연 7000만원(보금자리론 기준)이던 부부합산 소득 한도를 없앤다.

마통 금리를 끌어올린 불쏘시개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하면서 마통의 금리 지표(기준)인 6개월·1년 만기 은행채 등 시장 금리가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개월 만기 은행채(AAA등급) 금리는 지난 5일 연 4.502%로 연초(연 1.591%)보다 2.9%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은행권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마통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기준금리는 인상 속도만 둔화할 뿐 인상 기조는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시장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 적어도 내년 초 마통 최고금리는 연 8% 선(신용등급 1등급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가 여유자금이 있다면 마통 빚부터 상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인응 우리은행 자산관리 사업본부 자문역은 “요즘 마통은 대출금리가 높아서 회사원들이 활용하긴 적절치 않다”며 “더욱이 내년 상반기까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일부라도 빚을 갚는 게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정아 신한PWM 강남센터 팀장도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도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타기’보다 빚부터 갚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예금금리가 많이 올랐으나 이자소득세(15.4%)를 공제하면 4% 수준”이라며 “이보다 6~7%대까지 치솟는 마통 이자(금리)부터 해결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마통 금리가 오르면서 빚 상환에 나서는 대출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마통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37조4085억원으로 1월 말(41조2679억원)보다 3조8594억원(9.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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