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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참여 제의 뿌리치고...한국 헌법학 기반 다진 ‘41년 교수’ [김철수 1933~2022.3.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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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의 생전 모습. 그는 한국 헌법학의 기초를 다진 헌법학자다. 중앙포토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의 생전 모습. 그는 한국 헌법학의 기초를 다진 헌법학자다. 중앙포토

한국 헌법학의 기초를 다진 원로 헌법학자 김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26일 별세했다. 89세. 대구 출신인 고인은 1956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뮌헨대와 하버드대학원에서 법학을 연구했다. 1971년 서울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에서 41년간 헌법학을 강의하면서 『헌법질서서론』 『헌법학』 『헌법학 신론』 『법과 정치』 『현대헌법론』 등 저서와 4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고인의 대표 저서인 『헌법학개론』은 헌법 교과서로 통한다.

고인은 학자적 양심과 소신을 드러내며 왜곡됐던 과거 정치 상황과 충돌하기도 했다. 유신정권은 그의 저서 『헌법학개론』에서 유신헌법을 ‘민주적 대통령제가 아닌 공화적 군주제’로, 통일주체국민회의는 ‘견제기관이 아닌 협찬기관’이라고 명시한 구절을 문제 삼았다. 책은 발매금지됐고 고인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1주일 동안 고초를 겪었다. 1980년 1월엔 ‘서울의 봄’을 맞아 다른 교수들과 함께 ‘6인 교수 헌법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군부의 재등장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지식인 선언과 교수협의회 활동 등을 통해 신군부를 비판한 고인은 체포령 속에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 법학교수회 회장, 국제 헌법학회 한국학회 회장, 국제 헌법학회 세계학회 부회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1967년부터 1973년까지 7년간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겸직하기도 했다. 1993년에는 입헌주의와 법치주의의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인은 퇴임 이후에도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가며 『인간의 권리』(2021년), 『기본권의 발전사』(2022년)를 잇따라 출간했다.

고인의 제자이기도 한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추모글을 통해 “동시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헌법학자인 선생님께서는 많은 정관계 관계자로부터 끊임없이 헌정현실 앙가주망(engagement·참여)을 요구받았지만, 이러한 유혹에 휘둘리지 않으시고, 오롯이 학자로서의 연구와 봉사에만 전념하셨다”고 기렸다.

유족은 부인 서옥경씨, 자녀 김정화, 김수진, 김수영, 김수은, 김상진씨, 사위 박영룡, 장영철, 우남희씨, 며느리 김효영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8일 오전 8시, 장지는 충남 서산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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