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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지수 1000도 위태롭다…해운업 찾아온 경기 둔화 쓰나미

중앙일보

입력

4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입구 근처 컨테이너 야적장에 화물이 쌓여 있다. 컨테이너 운송 시황은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컨테이너 시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이달 2일 1171.36으로 내려 앉았다. 송봉근 기자

4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입구 근처 컨테이너 야적장에 화물이 쌓여 있다. 컨테이너 운송 시황은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컨테이너 시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이달 2일 1171.36으로 내려 앉았다. 송봉근 기자

해운 산업에 찾아온 경기 둔화 쓰나미가 위세를 더해가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시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컨테이너 시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 1171.36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초에 기록한 5109.6(1월 7일)과 비교하면 1년 새 3938.24포인트가 줄었다. SCFI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거래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반영하는데, 지수 하락은 물동량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하락세가 계속되면 SCFI가 1000포인트 밑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온다. 1000포인트는 코로나19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추세라면 단기적으로 1000포인트대도 불안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한 수요 둔화와 물류 병목 해소에 따른 실질 공급 증가로 운임 시황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임지수 하락은 해운 업계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문제는 속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아시아 출발-북미서안향 도착 40피트 컨테이너 운송비는 올해 2월 8117달러(1067만원)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말에는 1496달러(196만원)로 하락했다.

9개월 사이 컨테이너 운송비가 81.6%나 폭락한 것이다. KOTRA 뉴욕무역관 정진수 조사관은 “미국의 연말 쇼핑 대목인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특수 실종에 해상 운임 및 물동량도 동반 약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예상보다 빠른 업황 하락에 해운사는 단단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낸 HMM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1000여 명 수준의 육상직 지원이 대상이다. 지원 인력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매각을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HMM은 “경영 효율성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다른 해운사도 선제적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해운사도 해운업 침체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두르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점유율에서 스위스 MSC와 1·2위를 다투는 머스크의 쇠렌 스코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연 실적 발표 행사에서 “수평선 너머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유럽발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등이 글로벌 물동량과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미국 아틀라스 에어와 손잡고 항공 화물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 접어들 경우 항공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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