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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조수미 “지금은 사랑할 때…꼭꼭 씹어 우리말로 노래했죠”

중앙일보

입력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를 발매하고 22·23일 각각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 사진 PRM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를 발매하고 22·23일 각각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 사진 PRM

“코로나를 겪으면서 외롭고 힘들고 괴로운 시기를 지나왔습니다. 살면서 다 때가 있죠. 지금은 어느 때보다 사랑할 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소중하구나, 첫사랑이 잊히기 전에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3년만에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 발매 #길병민·송영주·해금나리·대니 구·홍진호 참여 #“K팝처럼 우리 가곡도 세계인이 불렀으면” #토마스 햄슨과 22일 롯데콘서트홀 등 공연

6일 새 음반 ‘사랑할 때(in LOVE)’(워너뮤직코리아)를 발매한 소프라노 조수미가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월드컵 브라질전을 보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조수미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사랑과 존경, 감사를 보낸다”며 “음악과 스포츠, 음식은 인류 보편적인 언어다. 선수들도 우리 같은 음악가도 세계 평화와 결속을 위해 도움을 준다. 우리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전작 ‘마더’에 이어 3년 만에 발매된 이번 음반은 제목처럼 ‘사랑하는 시간’이 주제다. 우리의 언어와 정서를 담아낸 11곡의 장르는 다양하다. 한국 가곡에서부터 가요, 크로스오버까지 추운 날씨에 듣는 이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곡들을 수록했다. 최영선 지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홍진호, 국악인 해금나리,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등이 참여했다.

녹음을 책임진 톤 마이스터 최진은 이번 음반이 조수미의 다른 음반들과 다르게 다가온다고 했다. 녹음할 때 뼈를 깎는 고통과 후작업에서의 관심과 사랑이 여느 음반들보다 컸다고 했다. 그는 “대륙을 가로질러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조수미씨의 관심이 온통 이 음반에 있었다. 공항에서도 통화하고 새벽에 쉰 목소리로 연락하기도 했다”며 “사랑이 밸런스가 중요하듯이 각 악기들, 솔로이스트들, 목소리의 완벽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곡에 담긴 느낌, 뉘앙스 하나를 찾기 위해 테이크를 수십차례 반복했다. 점점 더 젊어진 조수미와 작업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씨. 조수미씨의 새 앨범 수록곡 '첫사랑'을 조수미씨와 함께 불렀다. 사진 PRM.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씨. 조수미씨의 새 앨범 수록곡 '첫사랑'을 조수미씨와 함께 불렀다. 사진 PRM.

이번 앨범은 깊은 감정과 서정적인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중'으로 시작한다. 첼리스트 홍진호와 합을 맞춘 ‘연’에서는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애절함을 더한다.

“‘연’은 정통 가곡이 아닙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우리말로 노래했죠. 우리 가곡 100주년이지만 여전히 힘들어하시는 걸 느꼈어요. 편곡에서나 창법에서나 손쉽게 접근하는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조수미는 이번 음반에서 정통적인 소프라노 창법 대신 가사를 꼭꼭 씹듯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노래한다. 그래서 정통 가곡보다 가사가 주는 의미의 전달력이 강하다.

아트팝의 대중화에 힘쓰는 작곡가로 각광받는 김효근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가 작곡한 이번 앨범의 ‘눈’은 송영주가 재즈 쿼텟으로 편곡했고, ‘첫사랑’은 베이스바리톤 길병민과 함께 불렀다. 길병민은 “후배이지만 성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통예술가곡에서부터 크로스오버 창작가곡까지 아우르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곡에 대한 해석과 조언에도 감동했다”고 말했다.

도종환 시인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흔들리며 피는 꽃'에는 국악인 해금나리의 해금 연주가 들어갔다. 해금나리는 “국악을 서양악기로 연주하면 피치(음높이)가 다르다. 바이브레이션(떨림)의 폭을 맞추려 공부를 많이 했고 조수미씨 노래의 바이브레이션을 체크하며 협연했다. 노래가 해금과 잘 어우러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월드뮤직 밴드 두번째달이 작곡한 '사랑할 때'에서 조수미는 보칼리제(가사 없는 가창)로 부른다. 조수미는 “라흐마니노프보다 관능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유재하의 가요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는 송영주의 재즈 편곡에 대니 구의 바이올린이 곁들여진다. 조수미는 “최근에 알게 된 곡인데, 원곡도 아름답지만 송영주 피아니스트가 색다른 느낌의 음악을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일정이 빡빡한데도 앨범에 관해 디테일하게 소통하는 조수미씨에게 감동받았고 음악적인 집중력에 대해 한 수 배웠다”며 “음악 스펙트럼이 넓어 클래식 이외의 장르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함께해서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워너뮤직코리아)를 발매한 조수미(중앙)씨와 관계자들. 사진 PRM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워너뮤직코리아)를 발매한 조수미(중앙)씨와 관계자들. 사진 PRM

이밖에 음반에는 드라마 ‘커튼콜’의 삽입곡으로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민들레야', 달에 대한 판타지를 담아낸 드라마틱한 곡 'Dear Luna',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꽃피는 날'이 수록됐다.

조수미는 “K팝처럼 우리 가곡도 세계인이 불렀으면 좋겠다. 이번 음반에서는 생존 작곡가들의 곡들만 불렀다. 작곡가들로부터 직접 도움도 받았다. 편곡도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재즈 쿼텟부터 해금,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 시대적으로도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들어가 있다”며 “올겨울을 로맨틱하게 보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놓기 싫은 것처럼 가까이 두는 앨범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무대에서도 팬을 만난다.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 듀오 콘서트를 갖는다. 1부는 토마스 햄슨이 슈베르트와 말러의 가곡들을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연주하고 2부에서 조수미, 윤홍천, 기타리스트 마르코 소시아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김이 바흐 칸타타, 드뷔시 '별이 빛나는 밤' 등을 노래한다.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이번 앨범 'In Love'의 수록곡들을 만날 수 있다. 홍진호, 대니 구, 길병민과 해금나리, 최영선 지휘의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앨범 제작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조수미는 이날 공연 연주료를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한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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