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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진절머리" 이랬던 '월드컵둥이'…가슴에 긍지 피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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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리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리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플루·세월호참사·코로나19 등으로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어른이 된 저희들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 윤다인(20·여)씨가 6일 남긴 2022 카타르 월드컵 ‘한 줄 평’이다. 만 스무 살인 윤씨는 2002 한·일 월드컵이 있던 해에 태어난 이른바 ‘월드컵둥이’다. 윤씨는 “어른이 된 2002년생이 본 2022 월드컵은 그야말로 축제였다”며 “16강 진출은 전 국민 염원이 만든 기적으로, 한국 국민이라는 것에 긍지와 자랑을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둥이들의 2022년 월드컵 관전기

가수 이영지가 2002년생이라고 말하자 방송인 유재석 등이 "월드컵 잘 모르죠" 등과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MBC 유튜브 캡처

가수 이영지가 2002년생이라고 말하자 방송인 유재석 등이 "월드컵 잘 모르죠" 등과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MBC 유튜브 캡처

‘월드컵둥이’ ‘월드컵 베이비’로 불리는 2002년생들은 자라면서 “월드컵도 못 봤겠네”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고 한다. 전 국민이 열광했던 2002 한·일 월드컵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농담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그들의 오랜 꼬리표였다. 20년이 흘러 월드컵 분위기를 만끽하게 된 2002년생의 마음은 어떨까. MZ세대(1981~2010년생)인 이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대학생 김하늘씨)고 입을 모았다.

2002년생 휴학생 현모씨는 6일 브라질전 거리응원에도 나섰다. 사진 현씨 제공

2002년생 휴학생 현모씨는 6일 브라질전 거리응원에도 나섰다. 사진 현씨 제공

16강 브라질전 1-4 완패도 이들의 마음을 꺾진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널리 쓰인 표현인 “‘꺾이지 않는 마음’을 제대로 배웠다”는 것이다. 프로축구 입단을 준비하는 대학생 장모씨는 “밤샘 훈련 후 16강전을 봤다. 같은 선수 입장에서 훈련 등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움직임만 봐도 알기 때문에 감동했다”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대학생 A씨는 “패배가 아쉽지만, 지금까지 잘 올라와 아쉬움은 없다”면서 “기억에 남는 첫 번째 월드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전 때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붉은 악마’가 됐던 휴학생 현모(여)씨는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우리도 월드컵 한번 느껴보자’며 친구 7명과 광화문에 갔는데, 날이 정말 추웠지만 하나도 안 춥게 느껴졌다”며 웃었다. 생애 첫 거리응원은 그에게 특별한 교훈을 남겼다. 그는 “한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후반전마다 골을 넣었잖아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이젠 알 것 같아요” 

포르투갈전 뒤 트위터에 올라온 글. "왜 2002년생들한테 20년 동안 월드컵 얘기했는지 알 것 같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월드컵 승리로 인한 기쁨과 재미가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진 트위터 캡처

포르투갈전 뒤 트위터에 올라온 글. "왜 2002년생들한테 20년 동안 월드컵 얘기했는지 알 것 같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월드컵 승리로 인한 기쁨과 재미가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진 트위터 캡처

12년 만의 월드컵 16강행을 통해 이제는 “평생 놀림 받은 이유도 알 것 같다”는 2002년생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월드컵이 주는 기쁨 등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대학생 박모씨는 “2002년 월드컵을 직접 보진 않아 당시에 봤던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이번에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휴가 일정이 16강전과 겹쳤다는 군인 김모씨는 “02년생을 놀리는 게 진절머리가 났고, 다 큰 어른들이 그런 거로 놀리니 화가 났다”면서도 “이번 월드컵을 겪으면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포르투갈전이 끝난 뒤 트위터에 “왜 2002년생들에게 20년 동안 월드컵 얘기했는지 알 것 같음”이라고 올라온 글은 6일 기준 3만 3000여회 넘게 리트윗됐다. 이를 본 2002년생들은 “20년 동안 들으면서 솔직히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이제 이해한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들어왔는지 알 거 같다”고 공감했다. 대학생 B씨는 “2022년에 느낀 이 감정이 2002년에도 똑같을 것 같다”고 반응했다.

2002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붉은악마 회원들이 한국-독일전에 사용할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카드섹션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붉은악마 회원들이 한국-독일전에 사용할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카드섹션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는 20년을 지나 이들에게도 닿았다. 대학교 기숙사 시청각실에 여럿 모여 16강전을 봤다는 학생 유원진씨는 “목표를 위해 셀 수 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나 성취를 위한 갈망 같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직장인 우모(여)씨는 “비록 졌지만, 최선을 다해 싸운 선수들을 보며 감동받았다”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가 비로소 와 닿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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