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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영통신사 "시진핑 7일 국빈방문"…美 보란듯 밀착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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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사흘간 머물 예정이라고 국영 SPA 통신이 6일 보도했다. 통신은 시 주석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미국의 중동 내 최대 우방국인 사우디를 찾는 건 6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 중국-아랍 정상회담과 중국-걸프협력회의(GCC) 회담에 참석한다. 미국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14명의 아랍 국가 정상들이 중국-아랍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민방문하며 양국 관계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2016년 9월 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서밋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악수를 나누는 시 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민방문하며 양국 관계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2016년 9월 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서밋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악수를 나누는 시 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미국이 사우디와 석유 감산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서방과 달리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직접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대규모 감산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사우디와 관계 강화를 통해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CNN은 "80년간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었던 사우디는 이란·예멘 반군 등의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역 내에서 미국의 안보가 약화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바 에반 외교관계연구소의 중국·중동 전문가 게달리아 애프터먼은 "모두 미국이 (아랍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2년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2년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방문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지역(사우디)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열망이 담겨 있다"면서 "양국은 자유무역, 원자력 협정 등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와 중국은 에너지, 무역 분야 등에서 밀착하고 있다. 사우디는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최근 사우디가 수출하는 석유의 25% 이상이 중국으로 갔다. 유엔 소비자 무역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의 무역 규모는 412억 달러(약 54조원)로 미국-사우디 무역액(160억 달러)의 2배가 넘는다.

다만 사우디는 미·중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FT는 "사우디는 미국을 군사장비와 안보의 공급자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 분야에서 미국을 대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사우디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미국과의 5G 통신 기술 개발에도 합의하는 등 ‘줄타기 외교’를 고수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제인스 인텔트랙의 니사 펠튼 수석 매니저는 "미국이 해온 사우디의 안보 제공자 역할에 중국이 당장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중국과 사우디 최고위층 간에 정치적 유대가 강화되고 공동의 이니셔티브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 입장에선 이번 방문이 경기 침체와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등으로 악화한 국내 여론을 환기할 카드가 될 전망이다. 윌리 람 홍콩 중문대학 교수는 FT에 "중국 내부 정치가 불안한 가운데 시 주석은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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