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려고 밥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던 악바리, 그게 조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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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축구선수 조규성(24·전북현대). 조규성 인스타그램

국가대표 축구선수 조규성(24·전북현대). 조규성 인스타그램

“사실 중학생 때는 썩 마음에 드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키는 작고 몸집도 왜소해서 데려올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죠. 그러다 발 사이즈를 물어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그래서 데려오기로 했죠.” 

이순우 안양공고 축구팀 감독은 조규성 선수의 유년시절을 설명할 때 꼭 등장하는 ‘핵심 인물’이다. 조 선수의 축구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준 은사이기 때문이다.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을 앞둔 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내가 키웠나요, 규성이 본인이 스스로 큰 거지”라며 제자를 향한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순우 안양공고 축구팀 감독.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순우 안양공고 축구팀 감독.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성실한 악바리…절실하고 욕심 있는 선수였다"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패스를 받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패스를 받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빠른' 98년생인 조 선수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동급생 선수에 비해 작은 1m 60cm 정도의 키에 몸집도 왜소한 편이었다고 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보다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조 선수는 축구로 유명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다. 그런 조 선수를 발탁해 ‘축구 명문’ 안양공고로 데려간 사람이 이 감독이다. 조 선수에게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해서였을까. 이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그런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어른이 되면 충분히 클 아이인데 어렸을 때 성장이 좀 늦는 애들은 발을 보는 편이에요. 발 사이즈가 키랑 비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규성이한테 엄마 키도 물어봤는데 크시더라고요. 이 아이는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공을 다루고 찰 수 있는 기술은 좀 있었거든요.” 
(조규성 선수의 어머니는 배구선수 출신이다. 이 감독은 당시 조 선수의 정확한 발 사이즈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키와 몸집에 비해 두드러지게 컸다고 했다. 전북현대를 통해 확인한 현재 조 선수의 발 사이즈는 285cm다.)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조규성이 추격골을 성공시킨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조규성이 추격골을 성공시킨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이 감독이 기억하는 고교 시절의 조 선수는 ‘성실한 악바리’였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20여년 넘게 했는데 ‘운동은 좀 적당히 하고, 그냥 많이 먹고 많이 자라’고 한 사람은 규성이가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밥만 먹으면 무조건 축구장으로 나가서 연습하던 아이”라고 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그냥 하루하루 지나면 축구선수 돼 있을 줄 알고 설렁설렁 적당히 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규성이는 달랐죠. 어느 날은 ‘밥 많이 먹어야 얼른 몸집도 크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정말 밥을 산처럼 쌓아 놓고 무섭게 먹더라고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먹는 선수들이 많은데, 규성이는 그만큼 절실하고 욕심이 있었던 겁니다.”

"감독이 말릴 정도로 노력…인기 연연 말고 더 큰 목표 이루길"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조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키가 갑자기 180cm로 훌쩍 자랐다. 그 이후로도 계속 자라 지금은 189cm에 단단한 체격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이 감독은 “작던 친구가 갑자기 크면 몸에 힘이 없어지면서 균형이 안 맞는 일이 생긴다”며 “그래서 ‘웨이트(근력운동) 많이 하라’고 했더니, 또 웨이트도 죽기 살기로 엄청나게 하더라”고 했다.

“규성이는 ‘이게 필요하다’ ‘이걸 노력해라’ 라고 지시하면 감독인 내가 말릴 정도로 연습하던 선수였어요. 헤딩도 얼마나 연습했는지 몰라요. 제가 다른 건 쑥스러워서 잘 얘기 못하지만 규성이 헤딩은 내가 가르쳤다고 자부합니다. 큰 키에 헤딩능력까지 갖추면 이 아이만의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 열심히 연습시켰죠. 그랬더니 또 헤딩 연습을 죽어라고 하더군요.”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킨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조규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킨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이 감독은 조 선수가 출전한 카타르 월드컵을 볼 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떨리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학생 시절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 나한테 한 소리 듣고 했던 선수가 지금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지도자로서도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며 “학생 선수들도 지금의 규성이를 보며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연습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브라질전 승패를 떠나 규성이에게 ‘지금까지 네가 노력한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더 높은 목표를 갖고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운동선수로서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규성이 인기가 많아졌다는데, 그런 주변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축구 선수로서의 길을 가기 바랍니다. 규성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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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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