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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방 털어 돈 갚아" 이 말에…초등생은 한밤 망치 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오전 3시 19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귀금속 거리에 있는 금은방에 10대 청소년 3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15초 만에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이날 범행에는 초등학생도 가담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동부경찰서는 6일 특수절도, 장물취득, 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A(16)군을 구속하고 B(15)군과 C(12)군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C군은 초등학생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들 범행을 돕거나 장물 처리 역할을 맡은 혐의로 D(19)·E(19)씨를 조사중이다.

광주 동부경찰서. 연합뉴스

광주 동부경찰서. 연합뉴스

15초 만에…완전범죄 꿈꾼 청소년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이날 오전 2시쯤 A·C군을 300cc 오토바이에 태운 뒤 충장로 귀금속 거리에서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철문이 없는 금은방을 골라 망치로 유리문과 귀금속 진열장을 깼다. A군과 뒤따르던 C군은 3000만원 상당 귀금속을 가방에 담에 달아났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총 15초에 불과했다. A·C군은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찍히지 않도록 오토바이 헬멧을 썼다.

“오토바이 수리비 150만원 갚기 위해”
경찰에서 A군은 D씨에게 돈을 갚기 위해 금은방을 털었다고 진술했다. A군은 최근 D씨의 오토바이를 빌려 운전하다가 망가트렸다. A군이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던 사실을 안 D씨는 “너 지금 재판 중인데 소년원 가면 수리비 어떻게 갚을 것이냐. 충장로에 가면 금은방 많으니 거기 털어서 돈 갚으면 된다. 장물은 내가 팔아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군은 혼자 금은방에 들어가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B·C군을 끌어들였다.

배달 대행업체서 만나 친해져
A군과 B군은 가출 청소년으로 배달 알바를 하며 알게 됐다. 거주지 없이 모텔 또는 배달업체 사무실 등에서 생활했다. A군은 동네 선배와 어울리면서 C군과도 어울리게 됐다. C군은 평소 친절하게 대해주고 먹을 것도 잘 사주는 A군과 B군을 잘 따랐다고 한다. C군은 평소 학교도 잘 다니다가 범행 당일 감기에 걸렸다며 학교에 가지 않았다. D·E씨 역시 배달업체에서 A군을 만나 어울려 다녔다.

A군은 범행 전 D씨와 통화해 범행 수법 등을 공유하고 접선 장소도 정했다. A군 등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남 화순으로 달아나기로 했다. A군은 화순에 넘어가기 직전 광주 동구 용산생활체육공원 주차장에 들러 D씨에게 장물 일부를 건넨 뒤 화순으로 향했다. 이들은 광주 북구 한 모텔에 숨어있다가 범행 9시간 만에 붙잡혔다.

범행에 사용한 망치는 D씨가 업체 사무실에 준비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귀금속이 700만원어치만 회수된 점을 토대로 A씨 등이 훔친 귀금속 일부를 숨기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D·E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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