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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밤샘 응원에도 8강 실패…붉은악마가 입 모아 한 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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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새벽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24)씨는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뿔 모양의 ‘붉은악마’ 머리띠를 한 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이씨는 “매번 월드컵 경기 하이라이트만 보던 게 아쉬워서 이번엔 거리응원을 나오게 됐다”며 “과천에 있는 회사로 출근해야 해서 갈 길이 멀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6일 새벽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후반 골 찬스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대4로 한국 국가 대표팀이 패배했다. 뉴스1

6일 새벽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후반 골 찬스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대4로 한국 국가 대표팀이 패배했다. 뉴스1

 이날 오전 4시부터 진행된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은 브라질을 상대로 1대4로 패배했다. 붉은악마 응원단 등 경찰 추산 3만3000여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경기를 응원했다. 이 중엔 이씨와 같이 직장에 출근하기 전 거리응원에 참여한 시민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저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소로 향하며 출근길에 올랐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8)씨는 “같이 거리응원에 온 친구들과 함께 국밥 한 그릇 먹고 가려 한다”며 “(오전) 9시까진 출근해야 한다”며 광화문역으로 뛰어갔다. 경기 군포에 사는 장준영·조재희씨는 28살 동갑 친구로 직장에 출근하기 전 거리응원에 왔다고 했다. 조씨가 “너무 추워서 순댓국 먹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자 장씨는 “시간 없어서 빨리 (회사로) 가야 한다”며 친구를 재촉했다.

 직장이 자율출퇴근 유연 근무를 시행한다는 손모(25)씨는 “집에 잠시 들러 씻고, 바로 삼성역에 있는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며 “제아무리 자율출퇴근이라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며 서둘렀다.

 예약해 둔 숙박업소 등으로 가 출근을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경기 파주에 사는 장예빈(28)씨는 “근처 역 쪽에 호텔을 예약해 놨다”며 “눈 붙일 시간은 안 될 것 같고 잠깐만 쉬다가 강남에 있는 회사로 가려 한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인근 모텔에서 쪽잠을 잤다는 이수민(27)씨는 “집에 가서 옷부터 갈아입고 출근해야 해 피곤하긴 하다”면서도 “내일의 일은 내일로 미루는 스타일이라 감정이 시키는 대로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대표팀 백승호 선수가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대표팀 백승호 선수가 골을 넣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차를 쓴 직장인들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서울 중랑구 거주 장준영(35)씨는 “(브라질전이) 우리나라의 마지막 경기로 예상이 됐던 만큼 꼭 보고 싶었는데 출근 걱정 안 하려고 연차를 냈다”며 “이제 집에 가서 쉴 것”이라고 말한 뒤 미소 지었다.

 동이 트기 전인 이날 오전 7시쯤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커피숍이나 식당에선 직장인 포함 거리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여들어 간단히 끼니를 때우거나 차갑게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이날 광화문 광장 일대의 기온은 영하 3도인 데다가 눈까지 내렸다.

 그러나 이런 날씨에도 밤샘 응원을 한 뒤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들 대부분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역 인근에 직장이 있는 석노민(34)씨는 “응원 열정에 잠이 싹 달아났다”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했는데 그거면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거리응원은 한파와 눈발 속에서 치러졌고,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광화문역 인근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우니 천천히 거리를 두고 이동해 달라”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이날 거리응원을 위해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기동대 6개 부대 및 경찰관 65명 등 약 465명을 배치했고, 서울시는 붉은악마 응원단 자체 안전요원 및 경찰 등과 함께 시민 동선을 통제했다. 서울시는 또 경기가 종료되는 오전 6시쯤 지하철 2·3·5호선 열차를 2회씩 증편해 응원단과 출근 인파가 섞이며 벌어질 수 있는 혼잡 상황에 대비했다. 거리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전 7시 이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브라질 16강전 경기를 보기 위해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브라질 16강전 경기를 보기 위해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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