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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으며 밤새 거리응원한 3만 붉은악마..."졌잘싸, 후회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시작 7분만에 선제골을 내줄 때만 해도 ”할 수 있어”“괜찮아”를 외치던 응원단 사이엔 곧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국 대 브라질’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경기가 열린 6일 새벽 서울 광화문 광장은 3만3000여명(경찰 추산) 응원 인파로 붉게 물들었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 대 브라질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거리 응원의 모습. 후반전 백승호 선수의 한국 첫 골이 터지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 대 브라질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거리 응원의 모습. 후반전 백승호 선수의 한국 첫 골이 터지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반 36분 만에 연속 4실점을 하자 곳곳에서는 탄식과 함께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손으로 막거나 소원을 비는 듯 두 손을 꼭 모으고 털썩 주저앉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몇몇 시민들은 일찍 응원 무대를 떠났다. 전반전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가득 차 있던 광화문 광장 일대는 후반전이 시작되자 드문드문 비어 휑한 모습이었다

일찍 귀갓길에 오른 신은수(26·서울 강동구)씨는 “질 거란 예상은 했다. 그런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네 골을 먹을 줄은 몰랐다”면서도 “후회는 없다. 16강 온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에서 응원을 위해 왔다는 김태은(18)씨는 “지더라도 아쉬움 없는 경기를 기대했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눈 내리는 한파 속, 붉은악마 광장 채웠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의 모습. 붉은악마 응원단이 광장 일대를 뺴곡히 채우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의 모습. 붉은악마 응원단이 광장 일대를 뺴곡히 채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광화문 광장 일대의 기온은 영하 3도로, 눈마저 쏟아졌지만 ‘붉은 악마’들은 광화문 광장을 지켰다. 시민들이 쓴 뿔 모양 머리띠가 붉은 빛으로 빛나며 광장을 밝혔다. 경기가 시작된 6일 오전 4시 무렵엔 광화문 앞부터 이순신 동상 뒤편까지 광장 일대와 세종대로 6개 차로가 수만 명의 시민으로 가득 찼을 정도였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기동대 6개 부대와 경찰관 65명 등 총 약 465명을 배치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서울시는 붉은악마 응원단 자체 안전요원 및 경찰 등과 함께 시민들의 동선을 통제하는 한편, 한파가 이어짐에 따라 전기난로 등이 비치된 ‘한파 쉼터’를 추가로 운영하고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하는 걸 대비해 수시 순찰을 진행했다.

 포르투갈을 격파하고 16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의 기세는 등등했었다. 자정 무렵부터 시민들은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몸을 흔들며 손뼉을 쳤다. “8강 가자” “대한민국” 등이 무대 곳곳에서 연호됐다. 일과 학업을 제쳐놓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도 다수였다. 얼굴에 태극기 문양 페이스페인팅을 한 직장인 김채연(23·서울 관악구)씨는 “밤새우고 (일하러) 가려 한다. 경기 끝나고 나서 (페이스페인팅을) 지우고 바로 출근할 것”이라며 “무조건 (한국이) 이긴다. 기분 좋게 출근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 친구들과 함께 응원을 온 조성우(19·서울 동대문구)씨는 “첫차 타고 (수업을) 갈 거다. 각오하고 왔다”며 “다음 월드컵은 4년 뒤다 보니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보기 힘들 것 같아 (응원을) 왔다”고 했다.

만회 골에 환호…“포기하지 않은 선수들 고마워”

한국 대 브라질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에만 네 골을 먹히자 거리 응원에 나섰던 시민들이 무대를 이탈하고 있다. 독자제공

한국 대 브라질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에만 네 골을 먹히자 거리 응원에 나섰던 시민들이 무대를 이탈하고 있다. 독자제공

 후반 31분, 백승호 선수의 만회 골이 터지자 광장은 ‘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주 응원 무대 시민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백승호’를 연달아 외쳤고, 무대에서 나가려 일어섰던 일부 관객들은 다시 돗자리를 깔고 앉아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남은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끝까지 응원을 이어갔다. 그런데도 골 찬스가 추가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자 일부 관객들은 머리를 쥐어 잡으며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결국 경기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1대4 패배로 끝났다. 최선재(34·경기 의정부)씨는 선수들을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여러분의 땀과 노력 때문에 오늘 하루 힘이 난다”며 “골 넣은 거로 만족한다”고 했다. 장준영(35·서울 중랑구)씨는 “진짜 멋있는 골이었다. 감격스러웠다”며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만회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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