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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기업 재무지표…금융위기 수준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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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지난해 말(41조3844억원)보다 15조9354억원 더 늘었다. 특히 반도체 부문 재고는 26조3652억원으로 지난해 말(16조4551억원)과 비교해 60% 증가했다. 매출액을 재고 자산으로 나눈 재고자산회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경영활동성이 높다고 보는데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재고자산회전율은 8.1회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14.3회보다 낮다.

TV 시장 불황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181%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업황 부진으로 설비투자를 늘린 만큼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 탓이다.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LG전자의 부채비율 역시 193.8%로 200%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채비율은 현재 수준을 크게 밑도는 70.5%와 106.1%였다.

대내외 악재와 경영환경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악화일로에 빠졌다. 중앙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출액 10대 기업의 매해 3분기 주요 지표를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에 근접한 침체가 우려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대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기아·포스코인터내셔널·LG디스플레이·LG전자·현대모비스·에쓰오일·삼성물산을 대상으로 했다.

기업의 재무안정성은 금융위기 이후 개선세를 보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경영활동성 역시 금융위기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안정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는 단기 채무를 충당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유동비율을 들 수 있다.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이 높다는 뜻이다. 이 비율을 살펴보면 2011년 최저점인 119.8%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88.3%까지 올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3년 연속 감소하면서 올 3분기 127.5%까지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125.5%)와 비슷한 수치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이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단기 차입금 등 부채를 코로나 전인 2019년 97조6000억원에서 올해 158조2000억원으로 40% 가까이 늘린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안정성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 부담 능력을 나타내는데, 2018년 반도체 특수로 수익성이 높아지며 50.2배까지 올랐지만 이후 악화해 올 3분기 22.8배로 다시 떨어졌다.

기업 부채비율, 금융위기 때 74%  2019년 35%  올해 51%로 상승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때(17.1배)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금융위기 당시 73.9%를 기록했다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절반 수준인 34.9%로 뚝 떨어졌지만 팬데믹으로 다시 악화해 51.2%까지 상승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경련 측은 “추가 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 축소가 예상되는 데다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 기업 수익성이 악화해 재무안정성 지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경영활동성은 총자산회전율·매출채권회전율·재고자산회전율로 분석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활동성이 좋다는 뜻이다. 10대 기업의 활동성은 금융위기 이후 둔화하는 추세며 코로나19 이후 소폭 개선됐지만 최근 매출액보다 매출채권(외상매출)과 재고자산 등이 더 크게 늘면서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자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회전율은 2008년 0.98회에서 꾸준히 하락하다가 2020년 0.54회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0.66까지 반등했지만 금융위기 때보다는 낮다. 매출채권을 얼마나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매출채권회전율 역시 하락 추세며 올해 3분기엔 금융위기(10.8회)의 절반 수준인 5.6회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와 필적할 만큼 어려운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어떤 면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 대응하기 더 어렵다고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은 생존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지속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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