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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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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손흥민 격려하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

손흥민 격려하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

“나는 선수들과 전술을 의논하지 않는다. 다음 경기에 4-3-3이 좋은지, 4-4-2가 나을지 묻지 않는다. 하지만 스테이크 주문을 받는 건 가능하다. 선수들에게 웰던 또는 미디엄-레어를 고르게 할 수 있다. (축구에서) 나는 전술을 세우고, 선수는 실행한다.”

파울루 벤투(5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던 2012년 6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당시 벤투 감독은 유로2012 본선을 앞두고 전술 및 선수 활용 문제로 포르투갈 팬 및 언론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어지간해선 바꾸지 않는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 특정 선수 배제 등이 논란이 됐다. 포르투갈이 대회 4강에 오르면서 모두 조용해졌다.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아 진행한 카타르행 여정도 그때와 판박이다. 비슷한 논란과 대응이 재임 기간 내내 이어졌다. 결론도 또 한번 ‘벤투가 옳았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고집불통’의 이미지는 카타르월드컵을 지나며 ‘뚝심의 승부사’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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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이후 4년여간 벤투 감독은 ‘빌드업(build-up) 축구’를 고집했다. 체력과 투지를 앞세워 상대보다 빨리 뛰고 많이 뛴다는 한국 축구의 기존 공식을 버리고, 볼 점유율을 높여 경기 흐름을 통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거의 모든 A매치에 비슷한 선수 구성과 전술을 가져간 건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었다.

벤투 감독. [연합뉴스]

벤투 감독. [연합뉴스]

벤투 감독의 버팀목은 선수들이었다. 주장 손흥민(30·토트넘) 등 대표팀 주축 멤버들은 늘 “감독님 방법이 옳다는 확신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꾸준히 대표팀에 뽑혔던 한 선수는 “벤투 감독님은 팀의 목표를 이해하기 쉽게 명확히 제시한다. 훈련과 선수단 운영 시스템의 수준도 국내 지도자들보다 높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 본인도 변신을 시도했다. 예선에서 줄곧 외면하던 이강인(21·마요르카)을 본선에서는 잘 활용했다. 조규성(24·전북)을 2차전부터 선발로 투입한 선택도 적중했다. 백미는 지난 4년간 지향점으로 삼고 만들어 온 포르투갈식 빌드업 축구로 포르투갈을 무너뜨린 3차전(2-1승)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벤투 감독과 재계약을 위한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협회 관계자는 5일 “월드컵 도중 진행한 협상에서 계약기간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대회 중에는 재계약과 관련해 논의한 사실이 없다. 감독도, 협회도 대표팀 일정에만 집중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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