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세안 수출 두달 연속 급감…2위 무역시장도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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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1156억 달러(약 149조4000억원). 아직 한 달이 남았는데도 연간 최고 실적을 찍은 대(對)아세안 지역 수출액이다. 2년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5일 ‘무역의 날’에 맞춰 이런 실적을 공개한 정부는 아세안 등으로의 수출이 늘면서 대중국 의존도가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장밋빛’ 수치와는 사뭇 다르다. 하락세가 길어지는 중국, 반도체 등 전통적인 1위 시장뿐 아니라 둘째로 큰 수출 지역인 아세안마저 흔들리는 양상이 뚜렷하다. 아세안 시장의 수출 하향세는 4분기 들어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아세안 지역의 수출 증가율은 26.1%로 집계됐다. 미국(17%), 유럽연합(EU·7.8%) 등을 제치고 주요 지역 중에서 가장 높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를 딛고 수출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전체 수출액 대비 비중(1~10월)도 18.6%로 중국 다음으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본격적인 경고등은 10월부터 들어왔다. 수출 증감률이 -5.8%로 꺾인 데 이어 지난달엔 -13.9%로 낙폭이 커졌다. 두 달 연속 역성장은 코로나19 유행기였던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EU 등 다른 주요 시장 수출이 같은 기간 ‘플러스’로 선방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아세안 역내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8~9월, 11월에 각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세안 전체보다 일찍 둔화하고, 하락 폭도 지난달 -15.1%로 더 컸다.

이는 동남아 지역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중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아세안에서 생산한 상품의 수출이 주춤해졌고, 이에 따라 현지 생산공장 등으로 향하는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IT 수요 감소에 따라 삼성전자 베트남공장 등이 생산량을 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아세안에 대한 반도체 수출액(1~25일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0.2% 줄었다. 철강(-31.1%)과 석유화학(-30.2%), 디스플레이(-13.2%) 수출 등도 부진했다. 세계 각국의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중간재에 80% 넘게 의존하는 대아세안 수출도 향후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크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은 “아세안 지역의 본격적인 고비는 내년 초 이후로 본다. 이미 현지에선 수출이 줄고, 봉제업 등 주요 업황 악화로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도 우려스럽다”면서 “그동안 대아세안 수출에서 버텨줘서 대중 수출 부진을 만회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전선은 불안하다. 지난달까지 대중 수출은 6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월별 무역수지도 여덟 달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후폭풍, 반도체는 전 세계적 수요 부진 등으로 주춤한데 아세안마저 흔들리면 무역 전선엔 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정부는 지난달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아세안 시장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내놨다. 베트남 외에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한편 이날 무역의 날 기념식에선 올해 사상 최대 수출액인 68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7위에서 한 계단 높은 6위로 오를 것으로 봤다. 무역 1조 달러 달성 시점은 역대 가장 빠른 9월 14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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