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재결집, 서훈 구속에 위기감 “다음은 원전수사, 전방위 정치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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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및 월북 조작 의혹’으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그간 잠잠했던 친문(親文·친문재인)계가 똘똘 뭉치고 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부를 치고 들어온 데 반발해 집단행동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의혹으로 최측근 두 명(김용·정진상)이 구속되고 자신의 차명지분 의혹까지 거론된 상황이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했다.

5일 선봉에 나선 건 임종석 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치보복의 배후는 명백히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비겁하다’는 표현을 6차례 쓰며 맹비난했다.

그는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문 정부에 대한 전방위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며 “안보 부처들의 입을 맞춘 판단 번복, 감사원과 검찰의 찰떡궁합,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쏟아내는 검찰의 총력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이 모든 걸 가능케 할 수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뿐”이라고 지목했다.

서해 피살뿐 아니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건으로 정의용 전 안보실장, 김수현 전 정책실장을 포함한 문 정부 1·2기 청와대 핵심이 줄줄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이정근(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CJ 계열사 고문 취업 청탁 의혹으로 출국금지됐다.

임 전 실장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서훈 전 실장 같은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를 깊게 우려한다”는 비판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집단행동’에 대해 문 정부 출신 초선 의원은 “친문계가 똘똘 뭉쳐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피바람이 불 거라는 우려가 크다. 이 대표뿐 아니라 문 정부를 겨냥해 칼을 휘두른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친문 성향의 다른 의원은 “문 정부 핵심 정책인 월성원전 1호기 가동 중단에 대해 더 세게 수사를 벌일 것”이라며 “친문계가 집단 방어막을 쳐 검찰과 맞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생략한 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으로 ‘민생’ 메시지만 냈다. 그는 “저를 대표로 선출한 건 민생에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과 당원 동지의 명령이라 믿는다”며 “지난 100일 동안 민주당은 민생과 민주주의 투 트랙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 왔다”고 했다. 회의 직후 ‘측근 구속으로 민생 성과가 가려지는 데 아쉬움은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췄다”며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한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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