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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윤 대통령 회동 뒤 “당권주자들, 당원 성에 안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대구의 한 강연에서 언급한 한마디가 당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당대표 도전에 나선 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을 열거한 뒤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며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한 주 원내대표는 ▶MZ세대(20·30대)에 대한 소구력 ▶안정적 공천 능력 등을 함께 강조했다.

당 안팎에선 주 원내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5일 “이준석 전 대표가 뽑혔던 지난해 전당대회의 다이내믹스(역동성)와 내년 전당대회 분위기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선거가 흥행하려면 ‘뉴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새 인물인 한 장관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차출론’을 두고 여권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①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미뤄야 하고 ② 김기현 의원 등 친윤계 후보를 주저앉혀야 하는 등의 문제 때문이다. 물밑에서는 “한 장관이 가장 비호감도 높은 인물이다. MZ세대 인기는 확인됐나”(수도권 중진)라는 반대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고 일반론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한 뒤 나온 메시지라서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도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에 윤심(尹心)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다. 야권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주 원내대표가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며 “윤심이 한 장관에 있다는 것을 띄워서 당원 반응을 들어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 외에도 여당 의원들과 잇따라 비공개 ‘관저 회동’을 갖고 있다. 지난달 22일 ‘윤핵관 4인방’이라 불리는 권성동·이철규·윤한홍·장제원 의원 부부와의 만찬이 시작이었다. 지난달 30일 주 원내대표와 심야 회동을 가진 날 김기현 의원이 윤 대통령과 ‘3시간 독대’를 했다는 사실도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여권에선 연속된 관저 회동을 두고 전당대회 때문이란 말이 오가고 있다. 당권 주자들의 ‘윤심’ 잡기 행보라는 것이다. 김 의원과 윤 대통령의 ‘3시간 독대’가 알려진 시점(12월 4일)도 묘했다.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 대표론’으로 김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바로 이튿날이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 남을이다.

다만 대통령실에선 전당대회에 대한 ‘윤심’을 논하긴 이른 시점이란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당에서 먼저 요청이 와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식이면 어떻게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도 “결국 핵심은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 아니겠나. 그 전까진 어떤 구도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에 비윤계 초선 의원은 “회동 사실이 알려질수록 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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