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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시장 트리플 변수…유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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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제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제를 합의한 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이하 OPEC+)가 감산 정책을 내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가 “상한제 참여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연말 유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OPEC+는 4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마치고 지난 10월 회의에서 합의한 감산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OPEC+는 올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내년 말까지 이어가겠다는 결정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당초 올해 내내 이어진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 정책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OPEC+가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적인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OPEC+가 이번에 원유 생산량을 동결한 배경엔 중국의 코로나 정책 완화 조짐과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면서 지나친 봉쇄 조치는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내 원유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단 의미다.

여기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상한제 도입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EU는 지난 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일본·영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과 호주도 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에 원유 공급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OPEC+는 일련의 불확실한 상황들이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전 결정을 그대로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정례 회의는 내년 6월에 열리지만, OPEC+는 회의를 마친 뒤 “회원국들이 필요한 경우 (정례 회의 전에라도) 만나서 즉각적인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향후 국제 유가의 향방은 상한제를 직면한 러시아 정부의 행보에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경고대로 상한제에 참여한 국가들에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 국제 유가의 급등은 불가피하다.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유가는 이미 상한제 시행 등의 상황을 반영해 소폭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 기준(한국시간)으로 영국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1.08% 오른 86.4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같은 기간 1.06% 상승한 80.83달러에 거래 중이다.

다만 한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따른 후폭풍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한국에 도입되는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0.96% 수준으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러시아산 원유 물량이 글로벌 정유사를 통하지 않고 러시아 등 국제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통해 유통될 수 있으니 극단적인 급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의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얼마나 코로나 상황을 빠르게 극복할지도 유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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