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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수도권 입주물량 18만 가구…전셋값 하락 길어질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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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와 비슷한 18만 가구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 급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95% 하락했다.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 10월 10일 이후 역대 하락 폭 기록도 8주 연속 경신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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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부담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분산된 데다, 신규 아파트 전세물량 공급까지 이뤄진 영향이다.

더욱이 높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갭 투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한 집주인들은 전셋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거래 절벽’에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에, 전셋값도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오히려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 상황에 맞닥뜨려서다.

올해 초까지 전셋값이 다락같이 올랐던 서울 강남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는 전용 59㎡의 경우 전세 매물 최저 호가가 7억원, 전용 84㎡는 9억원대다. 바로 옆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도 전용 59㎡가 12억~13억원이던 호가가 8억원 중반까지 떨어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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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에선 지난달 전용 84㎡ 전세 계약이 13억원(2층)에 체결됐다. 이 면적은 지난 6월만 해도 최고가 22억원에 거래됐다. 최근 들어 시세가 40%가량 떨어진 것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신규 주택 입주물량이 올해 연말부터 증가할 전망이어서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하락을 촉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은 17만8274가구로 올해(18만397가구)와 비슷한 규모다. 특히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 등 강남 4구의 내년 입주 예정 물량(1만2402가구)은 올해(3592가구)보다 3배 이상이다.

강남구는 내년 2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입주 예정이고, 11월에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내년 8월 총 2990가구 규모의 래미안원베일리가 입주를 시작한다.

초과 공급에 따른 전셋값 하락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경우 매맷값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주안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2023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주택시장은 주택 수요 감소가 지속하는 가운데 신규 공급 여건이 악화해 경착륙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며 “주택가격도 하방 압력이 커지며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3~4%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커져서다. 금감원은 전셋값이 매매가의 80%를 넘으면 ‘깡통 주택’이 될 위험이 큰 만큼 전세 계약 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을 살피고, 전세 보증금보다 우선순위인 근저당 금액 등을 등기부 등본을 통해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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