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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옷 입고 빗살무늬 토기 만지작 “선사시대 신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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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대구 달서구 달서선사관에서 어린이들이 ‘깨진 토기 맞추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달서구]

대구 달서구 달서선사관에서 어린이들이 ‘깨진 토기 맞추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달서구]

지난달 29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달서선사관. 20여 명의 아이가 원시인처럼 호피 무늬 옷을 걸치고 선사관 안 이곳저곳을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이 특히 몰려 있는 곳은 깨진 토기 조각을 퍼즐처럼 다시 끼워 맞추는 곳이었다. 아이들을 안내한 문화해설사는 “신석기 시대 ‘히트 상품’인 빗살무늬 토기가 깨졌어요.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토기를 다시 완성해 볼까요”라고 말했다.

깨진 토기 맞추기 옆 움집 만들기 체험도 아이들에게 인기였다. 나무 기둥처럼 생긴 큰 막대를 바닥의 구멍에 끼워 맞춰 움집을 만드는 체험이다.

이밖에 돌로 만든 갈판 위에 곡식을 올려놓고 갈돌을 앞뒤로 움직여 곡식을 가는 체험, 스크린 화면에 돌을 던지거나 창을 찔러 매머드 같은 동물을 잡는 사냥 체험, 어두컴컴한 동굴에 손전등을 비춰 원시인을 찾는 체험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논 달서선사관은 지난달 문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4842.29㎡ 규모로 1~2층은 선사관, 3~5층은 청소년문화의집으로 꾸며진 복합공간이다. 총 사업비 165억원이 들었다.

대구 달서구는 다양한 선사유적을 활용해 여러 관광자원을 조성하고 있다. 달서선사관도 그중 하나다. 달서구가 선사유적을 관광자원화하고 있는 것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던 2006년 월성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구석기 유물 1만300여 점이 발견된 것이 시초다. 그렇게 선사시대 유물이 처음 달서구에서 발견되면서 대구의 역사가 5000년에서 2만 년으로 확 당겨졌다.

유물들이 대거 발견된 월성동 아파트 공사 현장은 과거 월배 선상지(扇狀地)가 있던 곳이다. 대덕산과 금호강, 낙동강이 합류해 만들어진 부채꼴 모양 충적지였다. 선상지는 지면의 경사가 거의 없어 평평하고 토지가 비옥해 농경지로 활용하기 좋다. 월배 선상지에선 대구에 처음으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사실을 알려주는 석기제작장 유적이 발굴됐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달서선사관·청소년문화의집 복합시설 건립으로 달서구에서 출토된 유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복합문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달서선사관뿐 아니라 달서구에는 진천동 입석이나 한샘청동공원, 선돌공원, 조암구석기공원, 거대 원시인 조형물, 선사유적공원, 원시인 안내판 등 선사시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관광자원들이 즐비하다.

달서구 곳곳에 실제 크기보다 10~30배 확대한 선사시대 조형물을 찾는 것도 즐길 거리다. 곡식의 이삭을 따는 데 사용한 반달돌칼부터 마제석검이라고 불린 간돌칼,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무문토기,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인근에 설치된 거대한 대롱옥목걸이와 붉은간토기 조형물까지 다양하다.

달서구가 이처럼 선사시대를 주제로 여러 관광자원을 마련한 것은 이 지역이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문화적 연속성이 이어진 독특한 선사유적지인데도 도시 한가운데 있다 보니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했던 탓이다. 앞으로 달서구는 달서선사관을 거점으로 인근 여러 선사시대 관광자원들을 연결, 관광벨트를 조성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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