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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부 소설 '아몬드' 원작자 협의없이 연극 기획…출판사·극단 사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작가 손원평의 일본어판 장편소설 '아몬드'(일본어판)는 지난 2020년 아시아권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2020년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소설 아몬드. 뉴스1

작가 손원평의 일본어판 장편소설 '아몬드'(일본어판)는 지난 2020년 아시아권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2020년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소설 아몬드. 뉴스1

국내 100만부가 판매된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창비)가 원작자 허락 없이 무단으로 지자체 문화재단 주관 연극으로 기획된 사실이 알려졌다. 저작권 중개를 담당하는 출판사 창비가 공연 한달여 전 이 사실을 알고도 작가에겐 공연일 직전 뒤늦게 전달해 저작권 보호에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창비는 5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2022년 12월 3일과 4일 양일간 공연된 극단 청년단의 연극 ‘아몬드’(민새롬 연출, 고양문화재단 주관, 용인문화재단 주최)의 2차 저작물 사용 허가 상황에 관해 말씀드린다”며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실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공연은 지난 3~4일 경기도 용인시 평생학습관큰어울마당에서 열렸다. 앞서 2019년 9월, 지난해 5월, 올해 5월 공연된 데 이어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이었다. 창비 측은 지난 10월 17일 이 연극 기획 사실을 알았지만, 손 작가에겐 11월 29일에야 사안을 알리고 2차적 저작물 사용 허가 여부를 안내했다.

창비 측이 사과문과 함께 게재한 원작자 입장문에서 손 작가는 “떠밀리듯 상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상연 이후 이 연극을 만든 민새롬 연출과 창비측의 공식 사과문 게재와 개인적 해명을 전제로다. 입장문에서 손 작가는 “공연이 단 4일 남은 상황에서 ‘작가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틀간 상영될 공연을 중지시키는 것이 순수한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했을 스태프들과 배우들, 그리고 극장을 찾을 관객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 작가는 또 지난 6월 창비가 연 『아몬드』 100만부 파티에서 민 연출이 자신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것을 되짚으며 “민 연출과 창비 사이에 제가 모르는 모종의 얘기가 따로 오가고 있는지까지 의심해야 했다”면서 “이후 ‘작가의 동의가 있어야 2차 저작물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뒷순위로 미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새롬 연출은 주로 자신이 당시 처했던 정신/육체적 건강 상황의 긴급함만을 길고 자세하게 늘어놓았다”고 사태 이후 사과의 진위를 되물으며, 이번 사실을 공론화한 데 대해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고 불건강하게 자리 잡는 일에 방관하며 창작자의 영혼이 아무렇지도 않게 증발하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창비는 소설가 한강의 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 장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을 펴낸 국내 대표적 출판사다.
창비측은 “초연부터 공연을 올린 극단 측과 용인문화재단의 공연을 주관한 고양문화재단에 항의하고 극단과 사용 조건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이 사실을 미리 작가에게 알리지 못하고 협의가 지연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인 작가가 허가하지 않은 공연이 계약 없이 준비되도록 했다”고 사과했다.

민 연출은 5일 극단 청년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앞으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행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12월 5일 출판사 창비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가 원작자 동의 없이 연극으로 공연된 것을 제대로 조처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와 함께 손 작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창비 인스타그램 캡처

12월 5일 출판사 창비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가 원작자 동의 없이 연극으로 공연된 것을 제대로 조처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와 함께 손 작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창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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