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계2위' 애플페이, 9부능선 넘었다…국내서도 먹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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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간편결제, 전자지갑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린다. 하지만 NFC 단말기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에선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애플페이 홈페이지 캡처

애플페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간편결제, 전자지갑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린다. 하지만 NFC 단말기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에선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애플페이 홈페이지 캡처

애플페이가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를 통과하며 한국 시장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애플페이 금감원 약관심사 통과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애플페이 약관 심사가 마무리 됐다. 다만 당장 바로 서비스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측은 "약관이 수리됐지만 별개로 살펴볼 내용이 있다고 판단해 담당 부서와 추가 논의 중"이라며 "해당 부분이 해소되면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약관심사는 통과한 만큼 빠르면 이달 말 늦으면 내년초 부터 애플페이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애플페이 게임체인저 될까? 

금감원 약관 심사 통과로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애플페이는 현대카드가 단독 서비스 지원사로 나섰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진출하는 건 2014년 첫 출시 이후 8년만이다.

애플은 결제시장의 '고래'다. 전세계에서 전통적인 결제업자 비자(VISA) 다음으로 많은 결제가 애플페이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결제액 기준으로 연간 약 6조달러(약 7800조 원)로 세계 2위다.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페이는 9위에 불과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당장 게임체인저라 불리기에는 시기상조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이폰 현대카드 이용자'로 수요층이 한정되는데다, 많은 가맹점에서 쓸 수 없는 상황이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9월말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58.4%, 애플의 점유율이 34.1%다. 국내에서는 10명 중 3명이 애플페이가 탑재된 아이폰 유저다.

또, 국내 카드 가맹점은 대부분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이나 IC(집적회로 스마트카드) 방식을 사용한다. 삼성페이는 MST 결제 방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모두 지원한다. 반면 애플페이는 NFC 중에서도 유로페이·마스터·비자 3대 글로벌 신용카드사가 만든 EMV 국제결제표준만 지원한다. 국내 약 300만 가맹점 중 NFC 결제기가 보급된 가맹점은 8만개가 채 안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신업계는 이 중 EMV 지원이 가능한 수는 더 적을 것으로 본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전체 가맹점의 5%도 안되고 아이폰이 교통카드 지원이 안되기 때문에 삼성페이 유저들처럼 아예 ‘카드프리’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폰 유저들의 선택권이 늘어난 정도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NFC 결제단말기가 빠르게 보급되기도 어렵다. NFC 단말기 설치 비용은 15~20만원이다. 영세 가맹업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국내 단독 사업자인 현대카드가 직접 NFC 결제 기계를 직접 지원할 수도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4조의2 제3항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와 밴사는 대형가맹점(연매출 3억원 초과)에 부당하게 보상금(리베이트)을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우선 이디야, 롯데하이마트, 이마트, 스타벅스 등 대형 가맹점 위주로 사용처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수수료는 고객에게도 카드사에게도 부담

애플페이의 높은 수수료 역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애플페이는 해외에서도 카드사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기로 악명 높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카드에도 0.1~0.15%의 수수료율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비자 등에 EMV 이용료 까지 추가로 내야 할 가능성도 나온다. 초반에는 현대카드가 비용을 부담하겠지만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나 높은 연회비 등의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

국내 카드업계는 수수료의 정착을 걱정한다. 현재 삼성페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국내사업자는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삼성페이는 소액의 라이선스비만 받는다. 애플페이가 높은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다면 다른 페이사들도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

고객과의 '첫만남' 뺏길랴...큰 변화 될 것

그럼에도 애플페이의 상륙은 카드와 결제시장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오프라인에서도 페이(결제)업자를 통한 결제경험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 때 고객과의 ‘첫만남’ 주체가 바뀌게 된다. 고객이 매일 일상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접하는 브랜드가 ‘카드사’에서 ‘페이사’가 된다는 의미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카드사의 가장 큰 영향력인 브랜드 가치가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며 “고객과의 접점이 멀어지면서 결제업자에 대한 카드사의 종속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애플페이의 진가는 수년 뒤 미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MZ세대에게 압도적인 애플의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지난 7월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내 전체 연령대에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은 66%로 과반이 넘는다. 하지만 1020대(18~29세)에서는 아이폰 사용률이 52%(갤럭시는 44%)로 역전된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젊은 층일 수록 아이폰에 대한 선호도와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애플페이의 ‘미래 고객 선점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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