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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달만에 '해상완충구역' 포사격…동계훈련 추가 도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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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한달여 만에 해상 포사격을 재개했다. 지난달 18일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후 잠잠하던 북한이 다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군 당국은 내년 2월까지 계속되는 북한군의 동계훈련 기간 중 각종 도발이 뒤따를 우려가 있어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5일 오후 동·서해상으로 총 130여발의 포탄을 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3월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대항 경기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5일 오후 동·서해상으로 총 130여발의 포탄을 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3월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대항 경기의 모습.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5일 오후 2시59분쯤부터 북측 강원도 금강군 일대와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각각 동ㆍ서해상으로 총 130여발의 포사격을 감행했다. 군 당국은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 발사로 추정했는데, 북한이 쏜 포탄은 ‘9ㆍ19 남북군사합의’에서 설정한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에 떨어졌다.

북한군의 해상완충구역 포사격은 지난달 3일 이후 한달여 만이다. 당시에도 북한은 같은 장소(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포를 쐈다.

군 당국은 이번 포사격에 대응해 북측을 향해 “9ㆍ19 군사합의 위반”을 알리며 “사격 중단”을 촉구하는 경고통신을 수 차례 실시했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한ㆍ미 군이 연합 포병사격훈련을 실시했는데, 북한은 이를 빌미로 내세웠다.

북한은 최근까지 각종 도발을 할 때마다 한ㆍ미의 방어적인 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맹비난하며 책임을 돌렸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이날 저녁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강원도 철원군 이평리 방향에서 방사포탄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십 발이 동남 방향으로 발사됐다"며 "대응 경고 목적의 해상 실탄 포사격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장기간에 걸친 동계훈련을 맞아 본격적인 도발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이튿날 공개한 사진. 뉴스1

지난달 1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이튿날 공개한 사진. 뉴스1

이와 관련,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 정책을 세우는 당 전원회의를 준비하는 기간인데도 동계훈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도발이 ICBM 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배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CBM 도발까지 하며 긴장을 높이려 했지만, 한ㆍ미가 크게 동요하지 않자 또 다른 성격의 도발을 감행하면서 불안감을 높이려는 행위”라면서 “당분간 저강도 도발로 긴장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다른 수단을 통한 중ㆍ고강도 도발로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상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핵실험을 하면 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데도 하지 않는 것은 국제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나 기술적 한계 등 핵실험을 바로 실시하기엔 여의치 않은 상황이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의 노스롭 그루먼 공장에서 미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가 처음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의 노스롭 그루먼 공장에서 미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가 처음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대외적인 표현과 달리 북한이 B-1B 장거리 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잦은 전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이 공개한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자극했을 수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미국이 B-21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화가 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바짝 세워 반발하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어떤 신형무기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저강도 도발을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 교수는 “북한 체제 내구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 상황이어서 도발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애도 기간을 고려해 강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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