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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없는 김봉현 재판 미제 되나…“검거 전까진 막막”

중앙일보

입력

서울남부지법은 6일로 예정됐던 라임자산운용(라임) 투자 사기 의혹의 핵심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봉현(48)씨에 대한 재판을 2주 뒤인 21일로 변경했다고 5일 밝혔다. 김씨의 도주가 장기화되면서 생긴 일이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잠적해 25일째 소재가 감감무소식이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에 출석하지 않을 땐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 수 없다고(276조) 규정한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10월5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10월5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김씨가 검거되지 않는 한 재판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 277조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벌금 500만원 이하 사건 ▶공소기각·면소가 명백한 사건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 사건 등 요건으로 제한한다. 구속 피고인의 경우 그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인치(引致·사람을 강제로 끌어냄)가 불가능한 경우에만(형사소송법 277조의 2) 궐석 재판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서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궐석 재판은 엄격한 요건에 따라 제한된다”며 “도주한 김씨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송촉진법)상 1심 재판 중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으면 공시송달을 한 뒤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징역·금고형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 수원여객 자금 241억여원 등 거액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으로 기소된 김씨는 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검거되지 않는다면 재판은 미제(未濟)로 남을 수밖에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이번엔 재판 기일을 변경했지만, 김씨가 계속해서 검거되지 않는다면 결국 재판을 다시 미룰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봉현씨의 지난달 11일 도주 당일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 서울남부지검 제공. 연합뉴스.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봉현씨의 지난달 11일 도주 당일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 서울남부지검 제공.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안팎에선 김씨에 대한 별건 사기 등 혐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9월20일·10월12일) 기각한 법원을 향해 “소 잃은 사람 따로 있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 따로 있느냐(서울 지역 한 부장검사)”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시 법원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20일 보석으로 풀려난 뒤 1년 넘는 기간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지난 10월26일 김씨 보석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은 그가 도주한 것으로 확인된 시간(11일 오후 1시30분)보다 1시간20분 뒤에 이뤄졌다. 법관 출신 변호사는 “결국 김씨가 잡히지 않으면 재판 절차는 그대로 멈추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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