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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소비자 보호” vs “규제산업 낙인”…확률형 게임 아이템 논쟁 재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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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등으로 보낸 시위 트럭의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지난해 3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등으로 보낸 시위 트럭의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법안소위 심사를 통과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 지원과 e스포츠 활성화에 힘쓰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서자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무슨 법이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게임법 전부개정안)’이 대표적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다. 게임사가 유상으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조항이 담겼다.

이를 포함해 총 6건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옴부즈맨 기구인 ‘이용자위원회’ 설립 조항을 추가한 법안(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여러 개의 확률형 아이템을 뽑아 조합해야 하는 ‘수집형 뽑기(컴플리트 가챠·Complete Gacha)’ 아이템을 전면 금지한 법안(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이다. 돈을 주고 게임 내 상품을 사면 일정 확률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문방구 앞 동전을 넣고 문구품을 얻는 ‘뽑기’와 비슷한 원리다. 게임 이용은 무료로 할 수 있지만, 돈을 내면 좋은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의 성장을 이끌어온 BM이지만, 과도한 과금 유도로 이용자 반발 일으키는 등 사행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왜 중요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적 규제가 처음으로 마련된다. 자율에 맡겼던 과거와 달리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시 처벌할 근거가 생기는 것.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자 2015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를 설립하고 자율규제 정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자율규제인 탓에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자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자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자율규제를 피해가던 해외 게임사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GSOK에 따르면 게임산업협회 회원사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율규제 준수율은 100%(10월말 기준). 그러나 해외 게임사가 대부분인 비회원사의 경우 자율규제 준수율이 53.7%에 그쳤다. 일렉트로닉아츠(EA), 밸브 코퍼레이션, 슈퍼셀 등 유명 게임사도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았다.

게임업계는 뭐래

① 소형 게임사는 부담: 업계에선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제화를 두고 온도 차가 존재한다. 중견·대현 게임사는 “지난해 말부터 모든 종류의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자율규제가 강화됐다”며 “법이 통과해도 실질적 피해는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소규모 게임회사와 1인 개발자다. 각종 아이템 등의 확률을 계산하기엔 인력과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법적 처벌에 부담을 느낀 유망한 1인 개발사와 중소형 게임사가 게임 개발을 포기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② “규제산업 낙인” 우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게임 콘텐트를 둘러싼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면 산업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전례, 2011년 미성년자의 심야 게임이용을 법(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으로 제한했던 ‘셧다운제’ 시행 등의 규제가 게임업계가 회상하는 ‘아픈 기억’이다.

국내 10위권 내에 드는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미 아이템 확률이 공개된 만큼 법제화에 따른 사업 피해 발생은 제한적이지만, 굳이 처벌근거를 만든다는 자체가 부담”이라며 “셧다운제 시행 같은 ‘트라우마’를 겪는 업계 입장에선 산업 발전 논의보다 규제가 더 많다보니 괜한 낙인이 찍히고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고 말했다.

③ 자율규제 기구 반발: 게임사의 자율규제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GSOK도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제화 반대 목소리를 냈다. 황성기 GSOK 의장은 “법은 경직성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과 아이템을 빠르게 내놓는 게임산업에 적용하기 힘들다”며 “수사와 기소 등의 법적 처벌 절차보다 자율규제 내에서 업체를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에는 법제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이용자들의 의견은

이용자들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법적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율규제 체계로는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해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이사장은 “게임업계가 6년간 자율규제를 시행했지만,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이용자의 트럭시위가 발생하는 등 자정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니지2M 신화무기 제작 레시피. [사진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신화무기 제작 레시피. [사진 엔씨소프트]

실제로 자율규제 시행 이후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자사 모바일게임 ‘리니지2M’ 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사행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용자들은 게임 속 최상급 무기인 ‘신화무기’의 제작 재료 ‘고대의 역사서’를 손쉽게 얻기 위해 이 아이템을 구입해왔다. 일각에선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선 2억원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해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이 발생했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비판 성명을 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은 “게임사가 아이템 확률을 조작하는 문제는 모든 소비자가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부분”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면 게임사가 확률을 속이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국회 문체위는 오는 7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 6건을 모두 채택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 법안은 여당과 야당 의원 모두 발의했고, 지난 대선 당시 양당 후보 모두 공약에 모두 포함된 만큼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단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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