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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尹 만남후 “당권주자들 성에 안 차”…또 한동훈 차출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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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주자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대구에서 한 발언이 당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새 당대표 조건으로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대처를 할 수 있고 ▶MZ(20·30대)세대에게 소구력이 있어야 하며 ▶안정적으로 공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 발언에 한 장관이 소환되는 것은 그만큼 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군 중 도드라지는 후보가 없다고 당원들이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뽑혔던 지난해 전당대회의 다이내믹스(역동성)와 내년에 치러질 전당대회의 분위기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돌풍으로 전당대회가 흥행했고, 결국 이 전 대표가 선출되면서 그 분위기가 대선 승리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중진 의원은 “선거가 흥행하려면 ‘뉴(새)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새 인물인 한 장관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는 김기현·안철수·조경태·권성동·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중성이나 당내 입지, 비호감도 등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 내부에선 “누가 돼도 총선(2024년) 승리를 하기엔 부족해 보인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 뒤 나와 윤심(尹心)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자리에 참석했고, 30일엔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 야권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5일 라디오에서 “주 원내대표가 두 번째 관저를 갔다 왔는데, 아주 신중한 주 원내대표가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며 “윤심이 한 장관에 있다는 것을 띄워서 국민과 당원 반응을 들어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 본인은 이날 오전 자신의 대구 발언과 관련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고 일반론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세 가지 조건을 언급한 데 대해선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 “그런 조건이 갖춰지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따로 주 원내대표에게 물어봤는데, 한 장관을 지칭해서 말한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당대표로 새로운 인물을 찾더라도 한 장관 영입하는 건 너무 멀리 나간 이야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한 장관이 수도권에서 인기가 있나? 후보로 얘기되는 사람 중 비호감도 가장 높은 인물이 한 장관이다. MZ세대 인기는 확인됐나? 정치 경험도 없어서 공천 관리가 잘 될 가능성도 없다. 총선 준비를 위해서는 관리형 당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얘기를 절반만 알아듣고 말한 것 같다”며 “한 장관은 중요한 자원인데 아무 데나 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을 차출하려면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더 미룰 수밖에 없는 문제, 김기현 의원 등 친윤계 후보를 주저앉혀야 하는 문제 등 때문에 ‘한동훈 차출론’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한 장관 본인이 정치 일선에 뛰어들지도 미지수다.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뉴스1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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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당대회를 오래 준비해 온 후보들은 반발했다. 후보군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 4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에 대처할 수 있는 대표’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 지역구는 울산 남을이다. 또 주 원내대표가 대구에서 발언할 당시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하며 다른 후보들은 열거하면서 안철수 의원만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언 아니냐”는 눈초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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