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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취임 100일째도 "민생"…중도층 지지율은 35%→3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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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 100일 메시지도 ‘민생’이 키워드였다.

이 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대표로 선출한 건) 민생에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어달라는 국민과 당원 동지의 명령이라 믿는다”며 “지난 100일 동안 민주당은 민생과 민주주의 투트랙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왔다”고 자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통상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전임 대표들과 달리 이 대표는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수사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측근 구속으로 민생 성과가 가려지는 데 대한 아쉬움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대신 이날 이 대표는 “미성년 상속자의 빚 대물림 방지법(민법 개정안)을 비롯해 시급한 민생중점 법안을 처리했다”며 입법 성과를 강조했다. “가계부채 3법과 같은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법안과 정책도 추진 중이다”, “정부의 비정한 특권예산에 맞서 따뜻한 민생 예산 관철을 위해 노력 중이다” 같은 계획도 열거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췄다”며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한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민생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국민께서 맡긴 권한을 주저 없이 행사하겠다”며 “정부ㆍ여당에 경고한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라”고 덧붙였다.

李 “총선 승리 실패하면 제 소명도 끝”…민생 올인 이유

이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며 “‘민생·실용 정당’으로서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며 던진 승부수였다.

지난 8월 2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8월 2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렇게 전당대회를 치른 이 대표의 취임 일성 역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었다. 취임 후 1호 지시는 ‘민생경제위기대책특별위원회’ 설치였고, 이후 현장 최고위원회 등을 통해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민생 행보→중도 확장→총선 승리’가 이 대표의 활로이자 승부수였단 취지다.

野, 중도층 지지율 외려 하락…100일간 35%→31%

하지만 지난 100일간 이 대표의 성적표는 녹록지 않다. 대장동ㆍ성남FCㆍ쌍방울 수사 등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사법 리스크’에 민생 이슈가 묻혔다. 최근엔 정진상(대표실 정무조정실장)ㆍ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최측근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당 안팎에선 ‘분당(分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 스스로 스텝이 꼬인 측면도 없지 않다. 친이재명계 일색으로 꾸려진 지도부의 입에선 연일 거친 발언이 나왔고, 김용민 의원 등 강경파는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여하며 선택지를 줄였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민생’과 ‘윤석열 퇴진’을 함께 주장하는데, 중도층 입장에선 민주당의 입장이 뭔지 헷갈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가운데)이 발언하던 중 다른 의원들이 손을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민형배 의원,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강민정 의원, 안민석 의원, 유정주 의원, 황운하 의원, 김용민 의원.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가운데)이 발언하던 중 다른 의원들이 손을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민형배 의원,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강민정 의원, 안민석 의원, 유정주 의원, 황운하 의원, 김용민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방탄 프레임’도 쉽게 넘기 힘든 산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민주당은 입만 열면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지금 민주당에 중요한 게 민생 살리기인가 ‘그분’ 살리기인가”(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겨냥한 중도층 확보는 100일간 답보 상태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이 대표 취임 직전인 8월 4주차(8월 23~25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36%였다. 그리고 취임 100일 직전인 12월 1주차(11월 29일~12월 1일) 민주당 지지율은 33%였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변동이 없었는데, 민주당만 지지율이 3%포인트 빠졌다.

특히 중도층 지지율에서 민주당만 35%에서 31%로 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7%에서 28%로 1%포인트 올랐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 대표가 부단히 민생을 강조한 건 맞지만, 사법 리스크라는 한계가 뚜렷했던 것 같다”며 “더욱이 당내 파열음까지 나는 상황에서 앞으론 ‘민생으로 위기돌파’ 전략은 효과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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