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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지하철 서점 37년 역사 끝난다…“이태원 참사 영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사 내 환승 통로. ‘한우리 문고’라는 간판이 달린 책장이 은색 셔터로 굳게 닫혀 있었다. 외부에 놓인 책꽂이에는 서른 권 남짓한 책들이 질서없이 쌓여있었다. 책과 잡지가 놓여있던 가판은 양말과 장갑 등 방한용품이 자리를 차지했다. 가판을 지키고 있던 여성에게 ‘책을 팔지 않는 것이냐’고 묻자 “서점 운영이 끝났다”고 답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교통공사 “동선 확보‧혼잡도 개선 위해 지하철 서점 종료”

서울 시민들의 문화공간이었던 37년 역사의 서울 지하철 서점이 사라진다. 이날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 서점에 대해 재입찰이 실시되지 않을 방침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승객 이동에 방해되는 시설물을 없애 동선을 확보하고 혼잡도를 개선한다는 목적이다. 참사 이후 출퇴근길 지하철 혼잡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행되는 조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혼잡도 개선 사업 중 하나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서점이 없어진 공간에 다른 점포를 입점하지 않고 빈 공간으로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하철 서점들의 계약 기간은 오는 9일까지다. 사실상 올해까지만 지하철 서점이 운영되는 것이다. 1986년 100여 곳으로 시작된 지하철 서점은 운영상 어려움 등으로 현재는 공덕, 종로3가, 약수, 연신내, 삼각지, 태릉, 왕십리 등 7곳 역사에서만 볼 수 있다. 지하철 서점을 운영하는 한우리에 따르면 7곳에 위치한 서점들의 한 달 이용자 수는 총 5000~6000명 수준이다.

한우리 측은 서울교통공사의 조치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5년마다 재입찰이 진행된 만큼 이번에도 입찰을 통해 운영이 연장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갑작스레 운영을 중단하게 됐기 때문이다. 엄철호 한우리 대표는 “서점이 위치한 장소는 승객 이동 동선에 방해되지 않는 공간”이라며 “흑자는 못 내는 사업이지만 지하철 문화 공간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역사에 꼭 서점이 있다”며 “실질 이용자 수가 많다고는 할 수는 없었지만, 지하철 서점은 지나가는 지하철 이용객들이 길을 묻기도 하면서 길라잡이 역할도 해왔다”고 밝혔다.

5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사 내 환승통로의 지하철 서점이 있던 공간. 김남영 기자

5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사 내 환승통로의 지하철 서점이 있던 공간. 김남영 기자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논란…공사 측 관계자 추가 입건

한편 이날 참사 당일 서울교통공사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태원 참사 전후 부실대응 전반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특수본)는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참사 당일 저녁 이태원역의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송은영 이태원역장도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지난달 23일 입건됐다. 특수본은 송 역장이 참사 발생 40여분 전 용산경찰서의 무정차 통과 요청을 받고도 이태원역 정상 운영을 강행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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