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곧 통화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푸틴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지난 1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을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은 3일 이런 내용을 전하며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 푸틴과 통화해 민간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는 계속된 포격 피해로 큰 위험에 처해 있으며 최근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제각각 소장을 임명, 운영권 다툼까지 일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전뿐 아니라 종전 협상 관련 논의도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이어가며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서다. 지난 1일에도 마크롱은 바이든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과 조만간 통화할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푸틴이 종전 의지가 있다면 대화할 수 있다”며 원칙을 강조한 바이든과는 다소 뉘앙스가 달랐다.
마크롱은 지난 8월에도 푸틴과 통화해 자포리자 원전 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달 초에는 핵무기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지난 2019년 12월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할 당시 만났던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푸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러 ‘안보보장’ 발언에 우크라이나·핀란드 등 거센 비난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종전 협상 의제와 관련해 ‘러시아 안보 보장’을 언급한 것은 유럽 각국의 강한 비판을 불렀다.
마크롱은 3일 자국 방송사 TF1과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그들의 문 앞까지 올 거란 러시아의 두려움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 중 하나”라며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복귀했을 때 러시아에 어떤 (안전) 보장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나토가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확장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란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반길 만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 코앞에 있는 국가들의 반발은 거세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인사들은 ‘대체 누가 테러리스트와 살인자 국가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길 원하는 거냐’고 반문하며, 안전 보장이 필요한 건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다른 나라들이라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철군, 전범에 대한 재판 등을 협상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계속된 포격으로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유럽 최대 규모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전 총리 역시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말”이라며 “우리가 걱정해야 할 지역은 러시아가 아니며,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먼저 보장받아야만 한다”고 일침을 놨다. “나토는 러시아를 위협한 적이 없다”(독일) “먼저 침략하지만 않는다면 러시아는 안보 보장을 받을 수 있다”(리투아니아)는 지적도 잇따랐다.
마크롱의 이런 발언은 지난 6월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출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굴욕을 줘선 안 된다”고 말한 데 이은 것이다. 당시에도 ‘푸틴을 달래는 행위’라는 강한 비난을 받았다. 영국 시사주간지 뉴스테이츠먼은 “프랑스는 영국, 심지어 폴란드보다도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았다”며 “마크롱의 이런 행동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지자 국제 문제로 눈을 돌리는 행위로만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