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유포했다고 10대 학생 공개처형…北 극도로 예민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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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명실상부한 핵강국"이라고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정작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 확산에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3일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의 프랑스 대 호주 경기 일부를 녹화중계했다. 중앙TV는 이 중계에서 관중석쪽에 있는 태극기(붉은원) 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3일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의 프랑스 대 호주 경기 일부를 녹화중계했다. 중앙TV는 이 중계에서 관중석쪽에 있는 태극기(붉은원) 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중계하면서 관중석에 걸린 태극기는 물론 한국 기업의 광고까지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그만큼 민감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한국의 대중문화를 '날라리풍''자본주의 황색 바람'으로 규정한 뒤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

특히 2020년 12월 이른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한국 영상물 유포자에 대한 형량을 최대 사형까지 끌어올렸다. 이 규정에 따라 학생이라도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다 적발될 경우 초범이면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고, 재범이면 부모와 함께 노동교화소에 5년간 수감된다. 특히 한국 영상물을 유포하거나 판매할 경우엔 미성년자라도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실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일 양강도 지역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0월 혜산시에서 3명의 10대 학생이 공개처형됐다"며 "남조선(한국) 영화와 불순녹화물을 시청하고 그것을 유포한 학생 두 명, 계모를 살인한 학생 1명이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 9월 제7차 전국법무일꾼대회를 열었다. 2017년 10월 이후 약 5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법적 통제 및 주민의 준법 의식 강화 문제를 논의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월 제7차 전국법무일꾼대회를 열었다. 2017년 10월 이후 약 5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법적 통제 및 주민의 준법 의식 강화 문제를 논의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영상물을 유포한 미성년자를 사형에 처한 시점에 주목한다.

이달은 북한 당국이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총화(결산)' 기간이다. 총화 기간을 앞두고 한국 영상물을 유포한 10대 학생들을 공개 처형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주의를 주는 의도적인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노동신문은 5일자 1면에 '일군(간부)들은 높은 책임성을 발휘하여 당이 준 과업을 완벽하게 집행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을 독려했다. 특히 "당정책의 무조건적이고 완벽한 집행, 여기에 일군의 존재 명분이 있다. 현상유지만 하는 형식주의와 눈치놀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북한 당국이 한국 문화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증언이 적지 않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탈북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국이 한국 영상물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브로커를 통해 남겨진 가족들과 통화를 하는 것도 지금까지는 전파 추적을 피해 길게는 3분, 짧게는 1분 단위로 이동하면서 진행했는데, 이제는 음성녹음이나 사진 파일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사상 이완을 막기 위한 감시·통제체제는 정권 유지에 필요한 핵심 요소"라며 "북한 당국이 이를 강화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한국의 대중문화 침투로 주민 동요가 일어날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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