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죽은 집에서 과일 깎아먹어” 날 분노케 한 어느 가족

  • 카드 발행 일시2022.12.06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겪고 나니 김새별씨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와 책을 통해 나를 알게 되었다며, 고인의 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젊은 여성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여동생은 서울 한복판 어느 오피스텔 좁은 화장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그렇게 찾아간 현장에선 고인의 가족과 언니의 남자친구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뢰받을 때 특수청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여 고인이 집에서 사망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화장실에선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고, 그곳에 고인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내가 유품을 정리하는 사이 가족들은 세세하게 챙길 것들을 알려줬다. 가족은 옷가지는 물론 소소한 소품과 생필품까지 전부 버리지 말아 달라고 청했다. 남겨진 물건들을 보니 고인은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사람인 듯했다. 헬스·요가·수영·축구·테니스 등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다 좋아했던 것 같았다. 싱크대 한 켠에는 가족들이 미리 정리해 놓은 냉장고 속 식재료들이 놓여 있었다. 폐기 처리를 위해 주워 담으며 보니 닭가슴살과 양파즙·양배추즙·과일이 눈에 띄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사람이었을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

“여기 있는 음식물은 전부 버릴까요?”
“아니, 아니요. 버리지 마세요. 깎아 먹을 거야. 우리 과일이나 깎아 먹자. 대표님도 같이 드시죠.”
“저는 괜찮습니다.”

가족들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과일을 깎아 먹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참 단란한 가족이구나 생각할 법도 한 모습이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