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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미 IRA 맞서 우리도 보조금제 개편"

중앙일보

입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유럽에서의 투자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보조금 제도를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헤 유럽대학 연설에서 "경쟁은 좋은 것이지만 공평한 경기의 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보조금 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경쟁자들의 새로운 적극적 산업 정책은 우리에게 구조적 대응을 요구한다"며 미국을 직격했다.

그는 이어 "IRA는 국가보조금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맞게 적용할지 재고하게 한다"면서 "EU는 IRA에 맞서 공공투자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국가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고, 녹색기술 전환을 위한 추가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안에 있는 27개 회원국은 4300억 달러(약 560조 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담은 미국의 IRA가 미국 제품을 쓰거나 미국에서 생산해야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유럽에서 기업들을 빠져나가게 하고 유럽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 법안을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라고 규정했으나,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으면서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뒤 "법의 결함은 유럽 국가들과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했지만, 바로 다음날 백악관은 "법률 수정을 위해 의회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며 법안 수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IRA는 불공정 경쟁을 불러오거나 시장을 닫게 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코로나19로 시험대에 오른 결정적 공급망을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우리 관심사가 아니고 미국인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에 IRA 법 개정을 거듭 요구했다.

FT는 "미국의 IRA에 대해 EU 내부에서 경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양측간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스웨덴 전기차 업체 노스볼트는 최근 미국에서 생산시설 확충을 검토 중이며,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독일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고 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은 5일 미국과 EU의 무역기술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IRA가 주요 논의 안건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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