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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줄서도 못타는 광역버스…좌석 '찜'하는 제도 있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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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서울 사당역 부근에서 퇴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서울 사당역 부근에서 퇴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매일 아침이면 수원, 용인, 동탄 등지의 버스정류장에선 서울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버스를 타려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반대로 저녁이 되면 서울 명동, 사당역, 강남역 부근에는 경기도로 퇴근하려는 광역버스 승객이 몰려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별반 달라지지 않는 풍경이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면 줄은 길이가 100m를 넘기 일쑤고, 빈자리가 없어 버스를 몇 차례 놓치는 일도 다반사다.

 게다가 지난달 18일부터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절반 이상이 안전을 이유로 입석금지를 시행하면서 승차난은 더 심해졌다. 정부와 경기도에서 광역버스 증편, 2층 버스 도입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승차난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이용하는 정류장에선 매번 버스가 만석인 탓에 정류장을 몇 개 거슬러 올라가서 타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승차대란 속에 비록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줄을 설 필요 없이 여유 있게 광역버스를 타는 승객들이 있다. 바로 ‘미리(MiRi)’라는 ‘경기도 광역버스 좌석예약앱’을 이용해 자신이 탈 버스의 자리를 미리 잡아둔 덕분이다.

전 좌석을 예약제로 운영하는 경기프리미엄버스. 사진 위즈돔

전 좌석을 예약제로 운영하는 경기프리미엄버스. 사진 위즈돔

 스마트모빌리티 스타트업인 위즈돔이 2017년 출시한 ‘미리’ 앱은 현재 59개 노선, 하루 107회의 광역버스에 대한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28~31인승의 우등형 버스로 운행되는 경기프리미엄버스는 18개 노선에 하루 68회 운행한다.

 앱으로 자신이 이용하려는 날짜와 시간의 버스 좌석을 예약하고 선결제를 한 뒤 도착시각에 맞춰 정류장에 나가면 된다. 가격은 일반 광역버스와 별 차이 없고, 수도권통합환승할인도 적용된다.

 승객 만족도도 높다. 경기프리미엄버스 이용자 299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설문조사에선 “매우 좋다”와 “좋다”는 응답이 88.6%에 달했다.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엔 긍정적인 답변이 92.3%나 됐다.

경기도 광역버스 좌석예약을 위한 미리앱. 화면캡처

경기도 광역버스 좌석예약을 위한 미리앱. 화면캡처

 위즈돔은 특히 경기프리미엄버스의 경우 높은 만족도 덕에 하루평균 1400대의 자가용 통행 전환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 1400대의 자가용 운전자들이 차를 놔두고 대신 경기프리미엄버스로 출퇴근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교통혼잡과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에서는 좌석예약제를 경기도 광역버스에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성해 대광위 위원장은 “출퇴근 시간에 좌석예약제가 확대 시행되면 길게 줄을 서지 않고도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승객이 버스 탑승에 여유가 생기면 정류장 주변 상권에도 긍정적 효과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좌석예약제 확대가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위즈돔의 한상우(48) 대표에게 좌석예약제의 효과와 문제를 물었다. 한 대표는 국토부 장관·삼성전자 자문위원과 대한교통학회 모빌리티위원장도 맡고 있다.

한상우 위즈돔 대표. 사진 위즈돔

한상우 위즈돔 대표. 사진 위즈돔

 - 광역버스 승차난에 좌석예약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나.
 “예약제가 만능은 아니지만, 승차난 해소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버스 탑승을 위해 20~30분씩 줄을 서거나, 정류장을 거꾸로 올라가서 역환승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또 시간적으로 수요를 분산하고, 공간적으로도 승객 밀집을 막는 효과가 있다.”
 -다른 광역버스에 확대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미리앱을 업그레이드하고, 합작사인 로카모빌리티에서 만드는 카드 단말기도 확충해야 한다. 서비스 특성상 동시접속이 폭주할 때 이를 감당할 시스템 구축 방안도 필요하다. 정보보안 강화책 역시 요구된다.”
 -전 좌석 예약제가 늘면 오히려 버스 못 타는 경우도 증가할 텐데.      
 “모든 노선과 차량의 좌석을 전부 예약제로 하는 건 반대다. 출퇴근 때로 한정하고, 좌석의 50% 내외를 예약제로 해서 정류장에서 줄 서서 타는 승객은 그렇게 탈 수 있게 해야 한다.”
 - 좌석 예약제 확대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데.  
 “현재 좌석 예약제부터 제약이 많다. 운행이 허가된 노선이 적은 데다 수요와 관계없이 모든 노선이 출근 1회, 퇴근 1회만 운행할 수 있다. 그래서 예약 가능한 좌석이 모두 3600석에 불과하다. 이걸 정부와 경기도에서 수요에 맞춰 풀어줘야 한다. 증차도 꼭 필요하다. 차가 늘지 않으면 좌석 예약이 어려워져 오히려 불만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경기도 광역버스의 절반 이상이 입석 승차가 금지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부터 경기도 광역버스의 절반 이상이 입석 승차가 금지됐다. 연합뉴스

 한 대표의 얘기처럼 잘만 준비해서 추진하면 좌석예약제의 확대는 광역버스 승차난을 줄이는데 큰 보탬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려면 대광위와 서울시, 경기도 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다. 증차만 해도 대광위와 경기도는 서두르려 하지만 서울시는 선뜻 내켜 하지 않는다. 지금도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로 인해 서울 시내의 교통혼잡이 극심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좌석 예약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려면 사업자의 명확한 수익모델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사업자가 버는 돈은 예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뿐으로 운영 수수료도 못 받게 돼 있다.

 “위약금 수입으론 투자비 회수는 고사하고 콜센터 상담원 한명의 급여도 안 된다”고 한 대표는 토로한다.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고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광역버스 좌석예약제의 확대·운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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