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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입법독주, 60일 버티면 된다"…與 '김도읍 카드' 기대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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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 회의장에만 들어서면 속수무책이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법사위를 완벽히 장악한 상황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당시 민주당이 공수처법이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며 법사위를 휘저을 때 국민의힘에선 “여론전 말곤 카드가 없다”는 자조가 나왔다.

지난 2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가 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 전 김도읍 위원장에게 예산안 외에 현안 질의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2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가 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 전 김도읍 위원장에게 예산안 외에 현안 질의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최근 법사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국회 전체적으로 169석의 민주당이 독주하는 구조는 똑같지만, 그 사이에 정권이 바뀐데다 법사위원장도 국민의힘(김도읍 위원장)이 가져왔다.

현재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논란의 법안은 크게 세 가지다.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취지의 일명 ‘노란봉투법’,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 의결했고, 나머지 법안도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상임위의 벽을 넘을 수 있다.

2020년 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실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중앙포토

2020년 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실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중앙포토

문제는 그다음이다. 과거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을 때만 해도 상임위를 넘어온 법안은 법사위도 일사천리로 통과했지만, 지금은 김도읍 위원장이 버티고 있다. 김 위원장이 법안 통과를 무기한 저지할 순 없지만, 논란의 법안을 법사위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등 방식으로 60일간 묶어둘 수는 있다.

이 60일이 지나면 국회법 86조 3항(법사위가 이유 없이 법안 회부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곧바로 본회의로 올릴 수 있음)에 따라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 재적 위원의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정의당 등 비교섭 단체의 협조를 얻으면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당 법사위에서는 국회법에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경우’라고 명시된 것을 근거로 “법안을 꼼꼼히 검증해야 하는 등 심사를 마치지 않을 ‘합당한 이유’가 생기면 60일 넘게 심사를 해도 되고, 법사위 법안소위로 넘겨 계속 논의하면 된다”(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는 논리도 있다. 이는 법사위 법안 회부 뒤 60일 이내에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민주당 측 방침과 엇갈린다. 어쨌든 여당에서는 “최소 60일의 방어 시간을 벌었다는 자체가 큰 의미”(3선 의원)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4월 27일 박광온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 시키자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부터 항의받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27일 박광온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 시키자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부터 항의받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60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논란 법안의 연내 처리를 막고, 다음 2월 임시국회 등으로 이월시키는 것만 해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60일이 지나면 국민의힘에서 최근 유력하게 거론되는 ‘2말 3초’ 전당대회의 시기가 겹치는데, 이 때가 여론전을 펴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당은 새 리더를 뽑는 잔치를 하는데, 민주당은 반대편에서 입법 폭주를 하는 촌극이 벌어질 것”이라며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무너진 이유가 바로 ‘독주’ 아니었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 등이 얽혀 여야가 살얼음판 위에서 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독주를 법사위에서 브레이크 걸고 협상에 임하는 것만으로도 가장 급한 불은 틀어막은 격”(여당 법사위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도 최후의 보루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이 법안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법안을 확정해야 한다. 299석 중 115석(38.5%)을 가진 국민의힘이 전원 출석하면 법안 확정을 막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입법 독주 제어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못지않게 여권의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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