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존안자료 부활…국정원 신원조사 대폭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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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공직자 인사 파일인 ‘존안 자료’가 신원조사 형태로 부활한다. 현 정부 들어 현행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가정보원 전경. 중앙포토

국가정보원 전경. 중앙포토

대통령실, 고위공무원·군 장성 신원조사 직접 챙겨

국정원이 지난달 28일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에 대한 효율적 신원조사를 위해 대통령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하여금 국정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개정된 시행 규칙에서 대통령이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은 ▶2급 이상 공무원 임용예정자와 ▶중장 이상 군인 ▶그 밖에 각급기관의 장이 신원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우다. 국정원은 신원조사 요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요청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기존에도 국정원은 다른 정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공직자에 대한 신원조사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신원조사 요청권한을 1964년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제정 이후 처음으로 넣었다.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기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한다.

인사검증 기능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집중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현정부에서는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법무부, 경찰 등으로 분산하면서 인사검증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국정원 파견 경험이 있는 검찰출신 출신 변호사는 “국정원의 신원조사 보고서에는 여러가지 참고사항이 들어가는데, 이 부분을 대통령실이 직접 살펴보고 인사검증에 반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제57조(요청절차) ① 관계 기관의 장은 영 제36조제3항에 따라 관할 신원조사기관에 신원조사를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대통령은 다음 각 호의 사람 중 본인이 임명하는 사람에 대한 효율적 신원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통령비서실장으로 하여금 국가정보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하게 할 수 있다.〈신설 2022. 11. 28.〉
 1. 제56조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 중 2급 이상의 공무원 임용예정자와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는 공무원경력의 상당계급 기준에 따라 2급에 상당하는 계급(군인의 경우에는 중장으로 한다) 이상의 공무원 임용예정자
 2. 제56조제1항제7호에 따라 각급기관의 장이 신원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국정원은 신원조사 대상자에 중장 이상의 군인과 특별시의 행정부시장 등을 추가하는 등 조사 대상과 항목도 확대했다. 이로써 국정원 신원검증 대상자는 중앙행정기관 등 3급 이상 공무원, 중장 이상 군인, 특별시 등 행정부시장, 도·특별자치도의 행정부지사 임용예정자, 판·검사 신규 임용예정자, 국·공립대학교 총장 및 학장 임용예정자 등으로 설정됐다.

신원조사 항목에선 기존의 친교인물, 정당 및 사회단체 관련 사항, 인품 및 소행 등 외에 국가기밀 누설 등 보안 관련 사항이 추가됐다.
군과 경찰에 일부 위탁된 신원조사 권한에 대해서도 ‘국정원장은 국정원 신원조사의 대상인 사람을 제외한 사람의 신원조사를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위탁한다’(시행규칙 56조)고 새로 규정해 신원조사 권한의 주체가 국정원임을 명시했다.

국정원은 시행규칙 개정에 맞춰 신원조사에 투입할 인력을 내부적으로 선발하는 등 관련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이들 신원조사 인력은 앞으로 각 정부기관 등에서 관련 신원조사 정보를 수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정원 측은 인사검증이나 국내정보 수집이 아니라 법에 규정된 신원조사를 하는 것뿐이고, 이전과 달리 정부부처 상주 등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규칙 개정 과정을 아는 한 여권 인사는 “그간 경찰과 군 고위직의 경우 신원조사를 자체적으로 하는 바람에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개정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이들 군·경 고위직에 대한 신원조사를 해 내실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내파일내놔라시민행동' 곽노현 공동대표(왼쪽)가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국정원 불법사찰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 및 위원들과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3월 '내파일내놔라시민행동' 곽노현 공동대표(왼쪽)가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국정원 불법사찰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 및 위원들과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는 모습. 중앙포토

“국정원, 신원조사 이유로 세평 수집한다면 위법”

일부에서는 국정원이 신원조사 명목으로 세평 수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은 세평 수집 과정에서 고위공무원과 정치인 등의 약점을 잡는 ‘사찰’을 하고, 인사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원 조회를 제외한 국내정보 수집 폐지, 인사검증 중단 등 일련의 국정원 개혁 조치를 단행하면서 세평을 수집할 수 없게 됐지만, 불신감은 여전하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정원이 세평을 수집해 존안 자료를 만든다면 문제가 된다”라며 “특히 국가기밀 누설 등 보안 관련 사항을 신원조사 항목에 추가함에 따라 신원조사 대상자의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5월 “국민께서 허락하신다면 국정원에도 인사검증 부서를 두면 좋을 거 같다”며 국정원의 기존 검증 기능 일부를 되살리자고 주장했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올해 10월2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올해 10월2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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