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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서훈 구속 안타깝다” 여당 “책임 회피 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서훈 전 안보실장은 최고의 대북 협상가”라며 “그런 신뢰의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지난 3일 새벽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서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적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부디 도를 넘지 말기를 바란다”며 1일 경고성 ‘입장문’을 발표한 데 이어서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발 도는 넘지 말아 달라”(박정하 수석대변인)고 맞서면서 서훈 구속수사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김정민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서 전 실장에 대해 역대 최장기록인 10시간10분여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했다. 이후 3일 오전 5시쯤 “범죄의 중대성 및 피의자의 지위 및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르면 법원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서 전 실장 변호를 맡은 이석수(59)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은 심사에서 문 전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윤건영 의원을 통해 입장문을 대독하도록 하는 등 서 전 실장 측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점을 들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공무원 이대준씨의 북한군에 의한 피살·소각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등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이씨 피살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직후 군 첩보 관련 보고서 총 106건을 삭제했는데, 서 전 실장이 회의에서 “보안을 유지하라”는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봤다. 또 이씨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갑판 위 슬리퍼와 이씨 실종 전후 동일한 구명조끼 수량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해경이 “자진 월북” 분석 보고서와 수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선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하지만 법원이 역대 최장시간 심사를 거쳐 범행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해 서훈 전 실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하루 만인 4일 오후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렸다. “서훈 실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면서다.

특히 서 전 실장의 공적에 대해 “한·미 간에도 최상의 정보협력관계를 구축해 긴밀한 공조로 문 정부 초기 북핵 미사일 위기를 넘고 평화올림픽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서 전 실장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서 전 실장을 두둔해 어떻게든 자신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평범한 우리 공무원을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것도 모자라, 국가가 나서서 자료를 조작·은폐해 월북 몰이로 규정한 사건”이라며 “문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다. 제발 도는 넘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은 ‘군 적폐 수사’를 명분으로 김관진 전 안보실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건 까맣게 잊은 것 같다”며 “자기 사람만 감싸는 전형적 이중잣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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