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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선전땐 與 유리" 속설 사실일까…朴·文때 지지율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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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꿈☆은 이루어진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극적인 역전승으로 16강 고지에 오른 3일 오전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SNS에 올린 메시지다. 평소 독설로 유명했던 ‘강경파’ 의원들도 이날만큼은 여야를 떠나 한 목소리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카타르 월드컵 16강 쾌거를 거둔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 주장 손흥민 선수와 전화 통화를 하며 환하게 읏음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카타르 월드컵 16강 쾌거를 거둔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 주장 손흥민 선수와 전화 통화를 하며 환하게 읏음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직후 심야에 축전을 보낸 데 이어, 이날 오후(카타르 현지시각으로 경기 다음 날 점심) 파울루 벤투 감독, 손흥민 선수와 각각 전화통화를 했다. 윤 대통령은 벤투 감독에겐 “축구가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국민에게 이런 큰 선물을 준 감독님께 정말 고맙다”고 말했고, 주장 손흥민 선수와의 통화에서도 “국민께 큰 위로와 희망, 기쁨을 줘서 정말 고맙다고 선수들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여야 지도부도 축하 대열에 합류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기 직후 페이스북에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만만세”라고 적은 데 이어, 이날 오후엔 “기적 같은 월드컵 16강 진출로 온 나라가 함박웃음”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국민 삶이 어려운 시기 행복과 감동, 그리고 희망을 선사해 준 우리 선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가대표팀의 도전을 끝까지 함께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월드컵 선전은 與유리? MB·文 지지율 상승, 朴은 정체

정치권에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이 선전하면 정부·여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스포츠 이벤트가 대통령의 성과는 아니지만, 유권자 사이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일종의 ‘국뽕 효과’가 발생해 대체로 대통령 지지율에 긍정적 요인이 된다”며 “다만 다른 심각한 이슈가 있을 때는 그런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26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 초청 오찬에서 선수단이 기념선물로 준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보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26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 초청 오찬에서 선수단이 기념선물로 준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보고 있다. 중앙포토

스포츠 이벤트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로는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꼽힌다. 임기 초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집권 3개월 차에 16.9%(2008년 6월 3~4일, CBS·리얼미터 조사)라는 지지율 저점을 찍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해 8월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지지율을 회복했다. 대한민국이 종합 7위를 차지한 2008년 올림픽 기간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같은 조사에서 23.1%(8월 6~7일)→35.2%(8월 19~20일)로 올랐다.

4년 전 한국에서 개최한 평창동계올림픽 역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평창올림픽 개최 직전 마지막 조사(2018년 2월 6~8일·한국갤럽)에서 지지율 63%를 기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3월부터는 꾸준히 70%대 지지율을 기록한 끝에,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사상 최대 승리를 이끌었다.

2018년 2월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 내 개·폐회식장에서 진행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그 뒤에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이 서 있다. 중앙포토

2018년 2월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 내 개·폐회식장에서 진행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그 뒤에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이 서 있다. 중앙포토

반대로 박근혜 정부는 스포츠 이벤트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1무 2패’로 탈락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7%(6월 10~12일·한국갤럽)→43%(17~19일)→42%(24~26일)로 하락했다. 대한민국이 종합 8위를 차지했던 2016년 리우 올림픽 기간에도 이른바 ‘우병우 파동’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33%(8월 2~4일)→33%(9~11일)→33%(16~18일)→30%(23~25일)로 정체됐다.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 및 리얼미터·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DJ 병역특례, 文 원정응원…尹, 평가전 孫 훈장

월드컵은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최대 행사인 만큼, 역대 대통령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선수들을 격려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이 확정된 지 단 3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해 월드컵 16강 선수들의 병역을 면제했다.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던 홍명보 선수가 수차례 공개적으로 건의한 사항으로, 김 전 대통령은 16강 확정 직후 라커룸에서 ‘병역 면제’를 깜짝 발표했다.

2002년 6월 1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월드컵 본선 한`포루투갈 경기를 지켜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기 종료 직후 라커룸을 방문해 16강에 진출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병역 특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2002년 6월 1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월드컵 본선 한`포루투갈 경기를 지켜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기 종료 직후 라커룸을 방문해 16강에 진출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병역 특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이런 깜짝 결정은 월드컵 개최 직전에 여야 의원 146명이 ‘월드컵 16강 진출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병역특례 부여에 관한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한 상태여서 가능했다. 다만 이 시행령 조항은 2007년 말 삭제돼, 현재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병역특례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예선 2라운드 멕시코전을 직접 관람했지만, 2연패로 사실상 16강 좌절이 확정되며 빛이 바랬다. 문 전 대통령은 경기 종료 후 라커룸을 찾아 울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격려하며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관람한 뒤 1-2로 아쉽게 패한 한국대표팀 라커룸을 찾아 울먹이는 손흥민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관람한 뒤 1-2로 아쉽게 패한 한국대표팀 라커룸을 찾아 울먹이는 손흥민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 기념 평가전 대한민국-브라질의 경기에 앞서 손흥민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 기념 평가전 대한민국-브라질의 경기에 앞서 손흥민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 선수를 직접 만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에서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손흥민 선수에게 직접 수여하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격려했다. 하지만 1시간여 뒤 열린 평가전 결과는 1대 5 대패였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6일(한국 시각) 새벽 4시 브라질과 16강전에서 다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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