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모(46‧서울 은평구)씨는 아이의 고입 문제로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원서접수가 7일부터 이뤄지는데 아직도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2025년부터 일반고로 바뀐다고 해서 아이를 자사고에 보낼 계획이 없었다. 아이가 다니는 동안에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학교가 어수선할 것 같아서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지위가 또 유지된다고 해 혼란스러워졌다. 김씨는 “면학 분위기가 좋고 열정적인 교사가 많다고 해 보내고 싶지만, 또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몰라 걱정이다”며 “자사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고민의 이유다”고 말했다.
정권 따라 존폐 위기 겪다 보니 인기 하락
서울 지역 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가 7~9일 원서접수를 하는 가운데, 김씨처럼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다. 특목‧자사고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몰려 폐지될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자사고를 설계한 이주호 장관이 다시 교육부 수장이 되면서 이들 학교도 살아남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자사고‧외고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일반고 전환 시점이었던 2025학년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다음에 또 정권이 바뀌면 이들 학교가 얼마든지 다시 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학생‧학부모가 지원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가장 큰 문제는 정권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불안정한 지위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실시한 고교 전면 무상교육에 특목‧자사고가 제외됐고, 외고의 경우 이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것도 인기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교에 학생 몰리는 양극화 심화할 듯”
실제로 올해 외고 30곳의 입학경쟁률은 0.98대 1로 2010학년도(3.4대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전체 학교의 50%(15곳)는 신입생을 다 채우지 못했다. 자사고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35곳의 올해 경쟁률은 1.2대 1이었고, 매년 스스로 지위를 내려놓는 학교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 지역 자사고는 2012년까지 27곳이었지만, 10년 사이 10곳이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했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대입을 생각하면 자사고나 외고에 보내고 싶다가도 미달하는 학교에 지원하고 싶지는 않다”며 “일반고는 무료로 다닐 수 있는데 자사고는 3배 이상 등록금을 내야 하니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일부 인기 있는 학교로 학생이 몰리는 등 학교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 자사고의 경우 중동고‧세화고처럼 강남‧서초에 있거나 대입 실적이 우수한 일부 자사고에 지원자가 몰리 수 있다”며 “외고도 대원외고‧한영외고 등 전통적으로 학생‧학부모 선호가 높았던 일부 학교만 학생 충원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