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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사이다" 100만뷰 훌쩍…범죄자 잡는 유튜버에 열광하는 세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메라가 한 남성을 따라간다. 여성들을 뒤따르며 불법촬영을 하는 남성이라고 설명하는 영상 자막이 나온다. 유튜버는 경찰 신고를 하고, 체포된 남성을 경찰들이 연행하는 장면까지 영상에 담았다.

불법촬영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잡아 경찰에 넘기는 유튜브 채널 영상의 일부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찾아 고발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시선을 끌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자경단’이라고 불리며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트 양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사적 보복’ 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찾아 고발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유튜브 캡처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찾아 고발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사이다’ 영상에 조회 수 100만 훌쩍 넘기기도

이들은 불법촬영, 오토바이의 교통법규 위반, 마약 등 대중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범죄 현장을 잡아 직접 경찰에 넘긴다는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해 인기를 얻는다. 체포되는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이런 유튜브 채널들의 구독자 수는 점차 늘고 있다. ‘딸배헌터’라는 이름의 채널은 23만명, ‘감빵인도자’는 1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인기 있는 영상의 경우 조회 수 100만회를 넘기기도 한다.

해당 채널 운영자뿐만 아니라 구독자가 영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한 유튜브 채널 시청자가 마약 투약자로 위장해 경찰의 마약소지범 체포를 도왔다. 이 시청자는 유튜브 채널에 마약사범을 제보하기 위해 마약 투약자로 위장한 다음, 해당 유튜브 채널이 경찰에 신고해 마약소지범을 잡은 것이다.

이런 ‘고발 유튜브’의 인기 이유로 범죄인을 속 시원하게 단죄한다는 점이 꼽힌다. “모든 범죄자가 척결돼야 한다“는 이들의 명분에 댓글 창엔 “응원하고 있다”, “시민 표창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수백개씩 나타난다. 유튜브 슈퍼챗(후원금)이나 개인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고발 유튜브 채널에 후원금을 보낸 적이 있다는 직장인 정모(34)씨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위험하게 운전하는 배달 라이더에 대한 불만이 컸는데 이런 고발 유튜버가 정화 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해당 채널을 유튜브에 신고한 적 있다고 한 대학원생 이모(30)씨는 “소위 ‘정의구현’이라고 하지만, 유튜브가 만드는 건 해당 범죄들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단발성 쾌감에 지나지 않는다”며 “청소년들이 범죄자를 잡겠다고 모방했다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유튜브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사적 보복, 법치국가에서 바람직하진 않아”  

고발 유튜버들의 행위가 위법하진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성범죄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위법 논란을 낳았던 ‘디지털교도소’와 달리 이들은 모자이크 처리, 음성 변조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명예훼손이 될 여지를 없앤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외모, 목소리를 가려 신상 정보를 특정하기 어렵다면 크게 문제는 없어 (영상의 당사자가) 고소해도 형사처벌의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법 여부를 떠나 ‘사적 보복’을 부추기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종의 사적 보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치국가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은 일”이라며 “충분히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자라고 단정 짓고 자극적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히 공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수익 추구의 수단으로도 보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고발 유튜브의 인기는 ‘제대로 수사도 못 하고, 범인도 못 잡는다’는 수사기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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