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제도권 안착했는데 사업성은 글쎄? 음악·한우 조각투자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뮤직카우 TV 광고의 한 장면. 사진 뮤직카우 유튜브

뮤직카우 TV 광고의 한 장면. 사진 뮤직카우 유튜브

조각투자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음악 저작권료를 시작으로, 한우와 미술품도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각투자가 가능해질 전망. 다만 경제 상황 악화로 시장의 자금이 말라가는 탓에 조각투자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무슨 일이야

조각투자의 제도권 편입 ‘신호탄’을 쏜 것은 음악 저작권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뮤직카우에 대한 제재 면제를 최종 의결하면서다. 지난 4월 이 회사 상품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등 당국의 허가 절차 없이 증권을 발행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당시 금융 당국은 뮤직카우 등의 각종 조각투자 서비스의 사업을 중단시키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해, 소비자 보호 조치를 시행하는 조건으로 뮤직카우 제재 절차를 일시 유예했다.

조각투자가 뭐야

조각투자는 값비싼 자산의 소유권이나 수익 청구권 등의 권리를 소액으로 조각내 다수가 나눠 갖는 새로운 투자방식이다. 부동산(카사코리아·루센트블록), 저작권료 청구권(뮤직카우), 미술품(테사·서울옥션), 한우(뱅카우) 등이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낮아지며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지자,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각종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한 효과다.

앞으로 뮤직카우를 시작으로 다른 종류의 조각투자 플랫폼도 금융당국 규제의 테두리 안으로 편입될 전망. 증선위가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 등 5개 업체의 상품도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도 뮤직카우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보호 조치 마련을 전제로 제재 절차가 6개월간 보류됐다.

왜 중요해

① 조각투자 활짝: 뮤직카우의 제재 면제 결정은 조각투자 업계엔 희소식이다. 이전까지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처럼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을지, 일반 핀테크처럼 전자금융거래법 규제를 받을지 명확하지 않았다. 자사 서비스를 증권으로 판단한 일부 업체는 자본시장법 규제를 면제받으려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지만, 그렇지 않은 조각투자 업체도 많았다. 그러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판단하며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로 했고, 규제 관련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이로부터 7개월 뒤인 이날 뮤직카우 제재 면제가 최종 의결되면서 조각투자 서비스의 합법화 길이 처음으로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다른 조각투자도 뮤직카우처럼 앞으로 금융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소비자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조각투자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야만 증권으로 분류된 조각투자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증권신고서 제출하는 규제를 면제받는다.

한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뮤직카우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제재면제 결정은) 투자 산업의 활성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보통 금융상품이라고 말하면 주식과 펀드를 떠올리는데, 앞으로는 음악 저작권료와 한우, 미술품 등을 떠올릴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투자자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앞으로 증권·펀드처럼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 실제로 뮤직카우는 금융 당국의 요구에 따라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소비자 보호조치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요구받았다. 예를 들어 과거엔 뮤직카우가 도산할 경우 투자자가 플랫폼에 예치한 자금을 돌려받을 길이 요원했지만, 사업 구조 변경으로 투자금 보호가 가능해졌다. 뮤직카우가 보유한 수익증권(저작권 수수료 청구권)을 외부(키움증권)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② 족쇄 풀린 뮤직카우: 뮤직카우는 2016년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덕에 조각투자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사업 확장이 ‘올 스톱’ 됐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조치를 마련하는 기간(6개월) 동안 신규 투자자 모집과 서비스 광고 집행을 못 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입한 회원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이번 계기로 제재 최종 면제됐고, 광고와 신규투자 모집이 가능해지면서 족쇄가 풀렸다. 제도권에 안착하면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과 경쟁이 가능해졌다.

스타트업 '스톡키퍼'는 지난 5월 투자자와 한우 농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뱅카우'를 출시했다. [사진 뱅카우 홈페이지 캡쳐]

스타트업 '스톡키퍼'는 지난 5월 투자자와 한우 농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뱅카우'를 출시했다. [사진 뱅카우 홈페이지 캡쳐]

③ 서비스 개편: 소비자 보호 요건에 따라 일부 조각투자 플랫폼은 서비스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절차와 규정이 까다로워져서다. 뱅카우는 한우 한 마리 당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폐기할 계획이다. 뱅카우 관계자는 “규제가 적용되면서 투자상품 출시에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리는 탓에, 농가 단위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투자플랫폼도 앞으로 작품의 소유권을 사용자끼리 매매하는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투자상품의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제재 때문이다. 예술품의 소유지분을 나눠 갖는 투자상품의 판매와, 지분을 투자자끼리 사고파는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래는 밝아?

조각투자 서비스가 합법화됐지만, 앞으로의 사업성이 유망한지는 ‘물음표’다.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저금리 환경으로 돈이 몰렸지만,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의 자금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 일부 조각투자 상품의 가격은 공모가의 가격에 미치지 못하거나, 투자 열풍이 점차 식으면서 인기가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1일 기준 부동산 조각투자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의 플랫폼 ‘소유’가 보유한 투자상품인 ‘이태원 새비지가든’, ‘안국 다운타우너’ 모두 소유권 조각당 가격이 시가보다 24.9%가 낮아졌다. 같은 날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에 올라온 하비에르 카예하(815원), 토모카즈 마츠야마(715원), 하종현(750원) 작가 등의 작품은 개당 소유권이 공모가(1000원)보다 낮게 거래됐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변수다. 일반투자자의 연간 투자 한도는 1000만원 이하로 제한되고, 같은 기간 동일 종목에 대해선 300만원 이하만 투자할 수 있는 등 투자금액의 한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처럼 가격 제한폭도 생겼다. 금융당국에 의해 투자 제한이 발생하며 조각투자 플랫폼의 성장에는 제동이 걸린 셈. 뮤직카우 관계자는 “영업에 제약이 생긴 건 맞지만, 안전한 투자라는 인식이 생기면 오히려 사용자의 플랫폼 유입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