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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웹이 포착한 우주 모래시계, 태양계 비밀 숨어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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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옆 황소자리로 깊숙이 빠져들다 보면 별들 사이로 날파리처럼 생긴 천체가 눈에 띕니다. 지구에서 약 460광년 거리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천체인 L1527입니다. 이 천체는 은하도 아니고 항성(별)도 아니며, 그렇다고 행성도 아닙니다. 그래서 주변 뾰족뾰족한 별들과는 생김새가 크게 다르죠.

[정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원시별 L1527. 우주의 모래시계라고 불린다. 이 거대한 광경 속 원시별은 사실 아주 작디 작은 공간에서 자기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작은 원시별이지만 내뿜는 물질이 어마어마해 우주적 스케일의 황홀경을 빚는다. 사진 NASA, ESA, CSA, STScI, Joseph DePasquale (STScI), Alyssa Pagan (STScI), Anton M. Koekemoer (STScI)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원시별 L1527. 우주의 모래시계라고 불린다. 이 거대한 광경 속 원시별은 사실 아주 작디 작은 공간에서 자기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작은 원시별이지만 내뿜는 물질이 어마어마해 우주적 스케일의 황홀경을 빚는다. 사진 NASA, ESA, CSA, STScI, Joseph DePasquale (STScI), Alyssa Pagan (STScI), Anton M. Koekemoer (STScI)

L1527은 별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원시별(原始星)입니다. 460광년이면 우주 스케일로 볼 때 지구에서 크게 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사이에 우주 먼지가 잔뜩 껴 있어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형태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이 L1527을 관측했지만 해상도가 낮아 정확한 형태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의 적외선 카메라가 지난달 16일 이 원시별의 자태를 매우 섬세하게 관측했죠.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원시별 L1527. JWST와 비교하면 해상도가 매우 낮다. 사진 스피처 우주망원경, J. Tobin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원시별 L1527. JWST와 비교하면 해상도가 매우 낮다. 사진 스피처 우주망원경, J. Tobin

L1527은 우주의 모래시계라고 불리는 원시별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이곳은 연구하면 태양계의 비밀을 밝혀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태양계 역시 원시별의 단계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원시별의 나이는 고작 10만년. 태양계의 나이 46억년에 비하면 자궁 속 태아 단계에 불과합니다. 천문학적으로 볼 때 별의 형성 단계 중 원시별 중에서도 0단계에 해당합니다. 1000만년은 더 지나 3단계에 이르러서야 겨우 별처럼 둥근 형태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JWST가 관측한 L1527은 원시별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원시별이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원반 모양을 형성하고 위아래로 물질을 강력하게 분출하는 모습이 눈앞의 광경을 보듯 생생하죠.

양성철 한국천문우주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L1527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중력에 의해 물질이 중심부로 모여듭니다. 중심부에 자리 잡은 원시별이 서서히 회전하면서 주변 물질을 빨아들입니다. 회전 때문에 생기는 원심력에 의해 물질들은 납작하게 퍼지며 원반 모양을 이룹니다. 이 원반에서 행성이 탄생합니다. 원시성이 중력수축을 하면 회전력도 빨라지는데 그 에너지가 임계점에 이르면 위아래로 물질을 분출하게 됩니다.”

설명 그대로의 모습이 JWST 사진 한장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이 모래시계 모양에서 원시별 L1527은 어디에 있을까요. 주변 화려한 색깔로 눈길을 끌지만 원시별은 모래시계의 잘록한 목 부분에 있습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이 사진은 L1527의 ‘형태’보다는 ‘행태’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죠. 잘록한 목 부분 비어 있는 곳에서 원시별이 만들어집니다. 원시별 주위는 물질을 빨아들이고, 그 물질들이 서로 부딪히며 마찰을 일으키면서 다른 곳보다 더 밝게 빛나죠. 가스와 먼지를 삼키면서 원시별은 자랍니다.

위쪽으로는 거품 모양이 눈에 뜹니다. 이를 별의 트림이라고 부릅니다. 원시별이 산발적으로 물질을 분출하는 모습이죠. 위쪽 오렌지빛은 원시별이 분출한 물질이 주변 물질과 충돌해서 생깁니다. 이곳은 먼지가 아주 두꺼운 곳이죠. 먼지가 빽빽하면 푸른 빛이 탈출할 수 없어서 적색에 가까운 빛으로 나타납니다.

아래쪽은 먼지가 얇은 곳입니다. 푸른 빛이 확연하죠. 먼지가 희박하면 푸른 빛도 잘 드러납니다.

모래시계의 잘록한 목 부분에 검은 띠 모양으로 숨어 있는 이 원시별의 크기는 현재 태양계 크기와 비슷한 약 1000AU로 추정됩니다. 태양계 크기는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까지만 재는 게 아니라 더 확장되니까요. 해왕성까지만 따지면 약 30AU 크기지만, 태양 중력이 지배력을 여전히 발휘하는 오르트 구름 안쪽 경계까지는 약 1000AU입니다. (AU는 천문단위(Astronomical Unit)로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인 1억4959만7870.7㎞입니다.)

사이즈는 태양계와 비슷하지만 질량은 20~40%로 추정됩니다. 그러니 별로 자라려면 더 많은 물질을 빨아들여야 하죠. 아직 태아 단계의 원시별은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트림도 하고 방귀도 뿜어대면서 자라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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