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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개 때려죽인 동물카페 사장…남은 50마리 구조 못한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7일 한 방송사 프로그램은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동물 카페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과 열악한 관리 환경을 다뤘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해당 카페는 총 11개 종, 70여 마리 동물을 키우며 카페처럼 운영했다. 이곳에선 일부 개가 서로 공격해 죽이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화가 난 점주는 싸우던 개 중 한 마리를 둔기로 폭행해 죽였다.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동물카페에서 일어난 동물학대로 죽은 뚠이(왼쪽)와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는 양과 사슴. 사진 유튜브 애니멀바 캡처·동물자유연대 제공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동물카페에서 일어난 동물학대로 죽은 뚠이(왼쪽)와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는 양과 사슴. 사진 유튜브 애니멀바 캡처·동물자유연대 제공

이에 대한 분노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그간 수차례 지적돼 온 ‘동물 카페’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동물 카페는 사람에게 동물을 보여주거나 접촉하게 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일종의 ‘동물전시업’이다. 그러나 이는 동물 습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가둬 키워 ‘동물 학대’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면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관리·감독 체계가 없었고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가 나가서 과태료를 물리는 수준이었다.

7번 고발에도 버젓이 영업

이번에 문제가 된 동물 카페는 동물원으로 등록이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 10종·50개체 이상 보유·전시하면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 동물원으로 등록하게 되면 지자체 관리를 받게 돼 있기에 운영이 까다로워진다. 서울시는 2019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해당 동물 카페를 미등록동물원으로 7차례 고발했다. 하지만 처벌은 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당점주는 “벌금을 물지 않은 적도 있고 50만원 이상을 낸 적도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주는 고발당하면서도 미등록 동물원으로 남는 게 편한 구조”라며 “식품위생법 위반 업소가 폐쇄처분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동물관련법 위반 사업장도 엄격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한 동물카페에서 점주가 자신이 키우던 개를 학대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사진 유튜브 애니멀바 캡처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한 동물카페에서 점주가 자신이 키우던 개를 학대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사진 유튜브 애니멀바 캡처

남은 50마리 긴급구조 못 해 

동물 카페에서 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제재 방법은 제한적이다. 지자체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학대받은 동물을 긴급구조해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번에 동물카페 사장이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개를 죽인 것은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학계에 따르면 동물은 다른 동물이 눈 앞에서 죽는 걸 보기만 해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감정적 동요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본 동물은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사태가 커지자 “건강상 문제가 있었던 20여 마리 개와 고양이는 주인을 설득해 격리조치 시켰다”면서도 “알파카를 포함해 야생동물 40여 마리는 아직 카페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82곳 동물카페…실태조사 한 번도 없어

일각에선 지자체 역할이 제한적인 것도 있지만, 그간 적극 행정이 부족했단 지적도 나온다. 2017년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동물전시업’이 신설되며 동물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만 82곳이 있다. 이 같은 전시업장에 대해서는 동물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이런데도 서울시 차원의 실태조사는 한 번도 없었다. 최근 서울시가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을 위한 질병 모니터링’ 차원에서 조사에 나섰지만, 동물 건강상태나 사육환경을 점검하진 않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동물원법 개정…지자체도 ‘적극 행정’ 나서야

그나마 최근 제도가 보완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4일 ‘동물원수족관법·야생생물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종별 사육기준을 마련해 동물원 환경을 점검할 검사관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내년 12월 시행되면 이번 사고가 일어났던 동물카페처럼 열악한 조건의 업장은 동물원으로 허가를 받지 못한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외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업장도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동물원은 허가받은 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이번 법 개정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라며 “다만 야생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동물전시업은 여전히 등록제로 운영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자체 역시 법이 개정되면 관할 동물 시설을 방문해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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