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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은 강정마을서 눈물 삼켰다…논쟁만 터지면 소환되는 盧, 왜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6월 1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열린 `대통령과 언론인의 대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6월 1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열린 `대통령과 언론인의 대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일보

‘노무현’

최근 정치권에 자주 소환되는 이름 석 자다. 특히 여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유독 자주 언급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 관련 입장문에서 “업무개시명령은 참여정부 당시 (국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도입한 제도”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참여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별칭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제도”라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을 제기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제도”라며 “노무현 정부가 위헌적이라는 뜻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왜 노무현이 소환될까 

왜 노 전 대통령이 자주 거론되는 걸까. 정치권에선 우선 비정치인 출신인 윤 대통령 개인의 특징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사실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숨기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전 한 예능프로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유세 기간에도 ‘노무현 정신’을 수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2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며 눈물을 삼킨 것은 유명한 일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의 후보였지만 정치 신인이다 보니 상대 당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해도 부담이 없었다”며 “오히려 중도층을 끌어오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선 때부터 이런 경향이 이어졌고, 여권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거부감 없이 자주 언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준석 지난 6월엔 “尹, 보수 노무현” 

지난 6월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보수 노무현처럼 되고 있다”며 “굉장히 보수주의적인 사람 같지만 호남을 공략한다든지, 도어스테핑처럼 경험하지 못한 소통 행보를 강화하는 것을 보면 꼭 보수의 표상 같은 대통령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해군기지 건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적 난제를 회피하지 않았다”며 “정면 대응을 피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두 전·현직 대통령의 공통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에 관심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니다”며 “두 사람 간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을 삼켰다. 연합뉴스

지난 2월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을 삼켰다. 연합뉴스

또 다른 이유로는 정치적 상황과 유불리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되고 있단 분석이다. 화물연대 파업 이전에도 여당에서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사례가 있었다.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 때였다. 지난달 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의 언론탄압 주장에 “노무현 대통령 때는 기자실에 대못질한 적도 있다”고 노 전 대통령을 논쟁에 끌어들였다. 화물연대 때와는 달리 야당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소재로 사용된 것이다. 민주당에선 검찰 수사에 반발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도 했다. 김두관·김정호 민주당 의원과 경남도당 관계자들은 지난 10월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검찰 독재 규탄 시위를 벌였다.

“20년 전과 시대상황 닮아”

일각에선 여야와 진영 간 충돌이 거세지는 현 상황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해 자주 거론된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는 새 시대를 내세우며 여러 개혁을 표방했고 그에 따른 갈등도 심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윤 대통령도 그때처럼 사회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달 30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우리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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