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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암치료 20분만에 끝…70대 환자가 받은 '이토스'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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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방사선 치료기기 이토스. 이대서울병원

인공지능 방사선 치료기기 이토스. 이대서울병원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으로 방사선 치료가 이뤄지면서 암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매일 환자의 CT 영상을 분석해 치료 계획을 실시간으로 수정하면서 보다 빠른 맞춤형 방사선 치료가 가능해졌다.

1시간→30분, 맞춤형 방사선치료 시간 단축 

이대서울병원은 지난달 25일 인공지능(AI) 기반 방사선 치료기기인 이토스(Ethos)로 첫 방사선 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치료를 받은 환자는 70대 방광암 환자다. 림프절 전이가 진행돼 병기가 높은 상태로 방사선 치료와 항암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치료를 진행한 박영희 교수(방사선종양학과)는 “몇 차례 더 치료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효과나 결과를 말하긴 어렵지만, 치료 자체는 문제없이 잘 끝났다”면서 “(이 환자의 경우) 방사선 치료 전체 6~7주 중 2주 정도를 해당 기기(이토스)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이 지난 7월 도입한 이토스는 인공지능이 ‘맞춤형 방사선치료(adaptive radiotherapy)’의 계획을 짠다. 매일 환자의 CT 영상을 통해 종양과 주변 장기의 변화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치료 계획을 수정한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맞춤형 방사선치료에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20~30분 정도로 소요 시간이 단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맞춤형 방사선치료를 위해 의료진이 컴퓨터에 장기를 일일이 다 그려서 방사선이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치료 계획을 짠다. 확인·조정 작업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AI가 장기를 그리고 치료 계획을 수정하는 등의 작업을 다 하기 때문에 시간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방사선치료는 신체에 방사선을 쬐어 암·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는 장기가 움직이는 것을 고려해 방사선을 쏠 신체의 범위를 잡는다. CT 촬영으로 암·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하지만, 실제 치료하는 당일에는 이러한 조건이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병원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매뉴얼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방광의 경우 ‘치료 두 시간 전에 소변을 보고 올 것’ 등이다.

맞춤형 방사선치료의 경우, 오차 범위를 줄여 방사선이 들어가는 부위를 줄인다. 이에 따라 주변 정상조직의 손상을 줄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일반 방사선치료가 15분 정도 걸린다면 맞춤형은 치료 시간이 1시간 정도라 환자의 불편함이 있었다. 이토스는 인공지능을 도입해 치료 시간을 20~30분으로 단축하면서 단점을 보완하게 된 것이다.

방광암·자궁암 등에 효과적

박 교수는 “유방암처럼 장기의 위치나 크기의 변화가 크지 않은 경우는 치료시간만 길어질 수도 있어 모든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장기의 변화가 큰 방광암, 자궁암 등에는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빅5 병원 방사선종양내과의 A 교수는 “대부분의 장기에서는 그런 것(맞춤형 치료)이 아주 심각하게 필요한 건 아닌데, 위장관 계통처럼 장이 꿈틀거려서 위치가 바뀐다든지 하거나 소변량에 따라 방광의 크기가 바뀌는 등 변화가 있을 때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AI 기반 맞춤형 방사선치료에 대한 수가 자체가 없어 이번 첫 치료는 기존 방사선 치료하는 분과 똑같은 비용으로 진행했다”면서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보다)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수가 작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시작 단계라 수가로 인정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교수는 “국내 사정에서 도입을 하려고 해도 보험 수가 체계가 미비해서 (일반 방사선 치료로) 30명 환자를 치료할 수 있던 것이 20명으로 줄어드니 병원에선 재정적으로 압박을 느낄 수 있다”면서 “기계를 활용할 베네핏(이득)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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